'깻잎 할머니' 김춘남씨(66.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비오는 날만 아니면 아파트 앞 인도에파란 비닐 장판과 우산을 펼쳐놓고 깻잎이며 부추, 상추를 판다. 아파트 건설부지 한켠에 몰래 가꿔놓은 텃밭농사. 소꿉장난같은 좌판에서 하루 2천~3천원 매상이 고작이지만 디스크로몸을 쓸 수 없는 아들(32) 앞으로 나오는 생계보조금 10만원 외에 두 사람이 함께 먹고 살기 위한 유일한 '벌이'다.
깻잎 할머니의 장사 이력은 이미 40년이 넘는다. 스물 셋에 시집와 제일 먼저 한 일이 남문시장 좌판. 39세때 공사판에서 벽돌을 나르다 2층에서 추락, 척추와 다리를 다쳐 장애인이된 후에도 김씨는 남편의 술값과 생활비를 위해 장사를 계속했다.
지난 94년 남편이 암으로 죽자 아들이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보탰지만 2년전 아들 역시 디스크와 합병증까지 겹쳐 움직일 수 없게 된 후 채소장사는 다시 김씨의 몫이 됐다. 채소를 다팔면 미나리를 뜯어 팔고, 겨울이면 한 자루에 2천원씩이라는 밤깎기를 밤새 해왔다는 김씨.남들 다 한다는 호강을 누려보고도 싶은 나이지만 김씨의 소원은 아직도 "비닐 좌판 대신바람막이가 있는 가게 안에서 장사를 하는 것"과 "아들이 병을 떨치고 일어나 장가를 가게되는 것"이라고 했다.
늙어 쪼그라든 몸, 사고로 다친 상처가 남아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한'을 묻어두고 억척스레가정을 지켜가는 김춘남 할머니. 그에게서 영락없는 우리들 '어머니'의 냄새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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