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는 28일 마닐라에서 열린 2차 외무장관회담에서 이달초 조성우 주러시아참사관 추방사건으로 촉발된 외교분쟁에 '종결'을 선언, 20여일간 끌어온 양국 외교갈등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한.러간에 표면화된 외교갈등은 외견상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며, 향후 외교채널을통한 실질적인 관계복원이 숙제로 남게 됐다.
이번 한.러 외교분쟁은 러시아 정부의 조참사관에 대한 추방으로 시작, 한국측의 올레그 아브람킨 주한 참사관 맞추방과 주러시아 정보담당 외교관 5명의 자진철수로 이어지면서 갈등-소강-확전-봉합의 과정을 거쳤다.
이런 과정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아세안 확대외무장관 회담(ASEAN PMC)을 계기로 지난 26일 열린 1차 양국 외무장관 회담은 갈등을 봉합하는 자리로 기대를 모았으나,러시아측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사태가 더 악화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말았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장관은 1차 회담에서 양국 정보당국간에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외교관 상호추방의 전말을 재거론하는 바람에 당초 이번 사태가 종결됐던 것으로 믿고회담장에 들어간 박정수외교통상장관은 허를 찔리고 말았다.
프리마코프 장관은 지난 93년 자신이 해외정보국(SVR) 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체결한 한.러시아 정보협력협정의 성격이 양국 정보담당 외교관들의 지나친 활동으로 훼손될 우려가 있는데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발렌틴 모이셰예프 외무부 아주담당 부국장이 한국 정보담당 요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 외무부의 이미지가 손상된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이런 와중에 회담결렬 하루만에 2차회담에 합의하고, 2차회담에서 외교분쟁의 종결을 선언한데는 정면충돌을 회피하고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유지시키려는 한국 정부의 '양보'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의 외교통상부 당국자가 "오늘 회담에서 아브람킨 참사관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프리마코프외무장관이 회담후 기자들에게 "한국측으로부터 추방된 러시아 외교관의 후임자가 도착할 때까지 그의 한국 재입국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는 외신보도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러시아측에서 아브람킨 참사관이 갑자기 한국에서 추방되는바람에 신변정리할 것이 남았다며 민간인 신분으로 잠시 한국에 가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한국이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경우, 러시아측이 이를 외교적 성과로 선전하기 위해 그렇게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록 2차회담에서 양국이 외견상으로는 외교분쟁의 종결을 선언했지만,'정보기관으로 파견된 정보담당외교관이 통상적인 외교활동이나 양국간의 정보협력협정 테두리를 벗어나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함으로써 한국측은 앞으로 러시아에서의 활동에 상당히제한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외교당국은 한.러시아 외교 전반에는 문제가 없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번사태가 양국정보당국간의 마찰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 반면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대(對)한반도 정책 수정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내린 점도 향후 한.러시아 관계를 낙관하기만은 어렵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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