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조기 미술교육

어린 자녀의 미술교육에 관해 자못 진지한 의논을 받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소질은 있는것 같은데 언제부터 학원에 보내면 좋겠는지, 전공(?)은 무엇을 시켰으면 좋겠는지 등의 내용이다.

이럴때 나의 충고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자연과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것, 둘째는 책을 많이 읽힐 것. 그러면 대다수 부모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성에 차지않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아마도 나의 충고가 너무 막연하고 일반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정도의 부모라면 장차 자녀가 화가 혹은 디자이너가 되기를 원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열의를 갖고 하는 질문일 것이다.

화가든 디자이너든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소양이 풍부한 감수성과 직관력이다. 미술에 관계되는 전문기술은 가르쳐서 익히게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감수성이나 직관력 같은 것은 가르친다고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것을 올바르게 배양해서 풍부하게 해야한다.

구태어 이론교육을 들먹이지 않아도, 어릴적부터 자연의 넉넉한 품에 안겨 다양한 독서로 머리와 가슴을 기른 아이와, 단조로운 콘크리트벽에 갇혀 TV에 중독돼 크는 아이와는 감정과 사고의 폭을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더불어 현대미술의 어떤 분야에서는 손으로 그리는 수작업이 사라지고 감수성과 직관력으로부터 비롯된 아이디어나 개념만으로 미술작업을 하기도 한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라든지 사진을 이용한 광고디자인 같은 것들이 그 좋은 예이다.

설사 수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현대미술에서는 머리와 가슴의 비중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와같이 풍부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직관력은 미술에 있어 관건이므로 어릴때부터 섣부르게 가르치려들지 말고 조심스레 키워주어야 한다.

〈대구대 교수·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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