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정(司正)바람이 불고 있다. 정권이 바뀐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앞 정권때 저질러진 썩은 찌꺼기를 캐내는 일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우리는 정의로운 결벽 증환자인가 아니면 바보인가.
정치사정은 30여년간 3공화국에서 부터 현 국민정부에 이르기 까지 새로운 권력자들에 의해 취임행사를 치르듯 한번도 빠짐없이 집행돼왔다. 기업하나 쓰러질때마다 뇌물리스트 공방부 터 불거지는 정치풍토에서는 한차례 사정바람이 쓸고 가도 사정한 그 새 정권이 5년에서 길 게는 7년간 집권하고 나면 어차피 또 새로운 사정거리들이 지난 정권만큼 다시 쌓여지게 마 련이다.
결국 새로운 정권의 권력자는 지난 정권시절 찬밥신세로 핍박을 받을때 응어리졌던 인간적 감정과 관계없이 뭔가 새 정권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새롭게 찾아낸 사정거리를 빌 미로 칼날을 세우게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아 리스트, 청구 리스트, PCS 리스트, 경성 뇌물리스트, 갖가지 리스트들에 대한 정치권 사정이 물건너 가는듯 하더니 갑자기 청와대가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을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아 보인다.
지금 청와대측의 정치권 사정 급선회 태도에 대해서는 두가지로 견해가 갈릴 수 있다. 나라 분위기나 경제상황이 이런 판에 또 무슨 사정이냐는 비판이 첫째고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 가면 5년후에 또 사정으로 허송세월 할거라면 내친김에 뿌리를 뽑아 본을 보여놓자는 것이 반대견해일 것이다. 국민들이 어느 쪽 견해를 갖든 정권교체이후에 부는 사정 바람은 어차 피 계절풍 같은 것이어서 완벽하게 깨끗한 정권과 요순시대같은 통치가 거쳐가지 않는 한 바람없이 지나가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연 안할 수도 없고 하기도 뭣한 정치권의 사정 을 정권이 바뀔때마다 연례행사처럼 꼭 반복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그때그때 국가가 처해있는 상황과 나라의 분위기, 국민들의 정서 등을 고려한뒤 실행 여부나 방법을 적절하 게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경제가 어렵고 국민정서가 메말라 있는 시점에서의 사정바람은 달갑지 않지만 이번 뇌 물리스트의 부패가 어떤 식으로든 밝혀지고 척결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문제는 리 스트가 불거졌을 때는 명쾌한 수사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다가 대통령의 정치적 지시가 있고 서야 마지못해 움직이듯 하는 검찰의 태도다. 보기에 따라서는 리스트사정 그자체보다 더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대통령이 부패수사에 까지 감놔라 배놔라 정치적으로 나서게 하면 그 수사결과 역시 정치적 의도에 의한 계산된 수사로 오해돼 비칠 소지가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정의 의미까지 퇴색되게 된다. 검찰이 초반에 뭉기적댄 것은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날 사실상 많 은 부분 사회정의를 위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늘 국민들의 눈에 비친 것은 정치보복이나 정 권강화를 위한 정치사정으로 비쳤던 것도 그러한 정치적으로 오인된 처리방법 탓이 컸다고 봐야한다.
정치권이 입을 대면 강력한 검찰이 되고 정치권이 입다물고 모른채 하고 있으면 저절로 알 아서 물러져 버리는 인상을 주고서는 부패한 정치인들로 하여금 검찰보다 강한 정치력만 키 우면 무사하더라는 사고만 심어 줄 뿐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사정거리는 계속 생겨나게 된다. 정치부패는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것이지만 그들에게 못된 버릇과 습관을 버리지 못하 고 거듭 반복하게 하는것은 어떻게 보면 검찰 당국의 그러한 정치적인 태도 때문이기도 하 다.
이번 리스트 정치사정에서 또 검찰이 끝까지 바로서지 못하면 5년후에도 사정 따위로 아까 운 세월만 버리는 바보같은 나라가 되게 된다. 용기와 소신만 있다면 검찰이 대통령보다도 더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위에 서 있을 수도 있다는 자부심을 잊지 않길 바란다. 검찰이 바로 바뀌지 않으면 눈치만 남은 정치인들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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