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최악의 홍수대란을 다시 겪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는 시 전체가 시가지와 농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온통 물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바다로 둘러싸인 수상도시를 방불케했다.
자유로를 따라 펼쳐진 교하벌 등지의 황금들판 대부분은 하루만에 거대한 황토바다로 변해모습이 온데간데 없어졌다.
도로들 역시 대부분 물 위로 고개를 내민 양쪽 가로수로나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물속에완전히 잠긴 상태였다.
도로 위 물속에는 승용차는 물론이고 대형 굴착기와 버스까지 반쯤 잠긴 채 널려 있고 곡릉천에는 어디에서 떠내려온지 모를 돼지가 거센 물살을 이겨내지 못한채 울부짖고 있었다.금촌동과 파주읍, 법원읍의 저지대 주택들은 지붕만 남아 뗏목이 물에 떠다니는 형상이었다.옷가지와 가재도구가 쓰레기와 함께 시가지를 메우고 있어 마치 전화(戰禍)가 휩쓸고 간 것같았다.
범람한 곡릉천에 설치된 경의선 횡단 철교와 교량마다에는 미처 하류로 떠내려가지 못한 쓰레기더미가 걸려 쓰레기장을 연상케했다.
조리면 봉일천리 고산천의 고산교는 노도를 이기지 못하고 허리가 동강난 채 흉물스런 모습으로 내버려져 있었다.
통일로에서 파주읍으로 가는 지방도는 연풍리 주라위삼거리가 물에 잠긴 채 10시간 이상 빠지지 않아 오도가도 못하는 승용차와 주민들이 넋을 잃고 하늘만 원망했다.
주민 박승희씨(37.파주읍 연풍리)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서 밤새 일을 하다 비가 많이 내려 새벽 6시쯤 집으로 가려 했으나 가는 길이 모두 막혀 포기했다"며 "프라이드 승용차도 물에 잠겨 어쩔줄 모르겠다"고 어이없어 했다.
오전 한때 어른 키 한길을 넘을 정도로 물이 가득했던 금촌역 앞에는 오후 늦게까지도 물이빠지지 않아 여전히 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또다른 주민 이성규씨(58.금촌동)는 "순식간에 도로 앞 물길이 노도와 같이 변해 감히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집 옥상 위에서 공포에 떨다 오후 들어서야 겨우 몸만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치를 떨었다.
외기노조 연립주택 주민 金영호씨(42)는 "혹시나 하면서 밤을 지샜으나 2년전 악몽이 그대로 되살아났다"며 "가재도구라도 구해 보려 했지만 워낙 한꺼번에 물이 밀려들어 2년전수해 이후 다시 사들인 가재도구를 모두 수장시킬 수 밖에 없었다"며 당시의 급한 상황을떠올렸다.
문산읍 동문천에는 긴급 수해지원을 나온 군인들이 제방을 1.5m 가량 높이기위해 성토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지만 수마를 이겨내기에는 힘겨워만 보였다.
한편 2년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다시 겪고 있는 경기 파주시 주민들은 밤샘 복구로 하룻밤을꼬박 뜬눈으로 지샜다.
주민들은 수돗물과 빗물 등으로 다시 사용이 가능한 가재도구를 들어내고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방을 대충 청소한 뒤 간간이 새우잠으로 피로를 덜어냈다.
그러나 피해가 가장 심한 금촌동과 조리면은 밤새 단수돼 먹을 물조차 구하기 어려워 애태우는 등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7일 날이 밝으면서 도로 대부분에 물이 빠져 교하교 등 곡릉천 주변 도로와 교량, 붕괴 위험이 있는 광탄면 신산리 광탄교 등을 제외한 읍.면간 연결 도로는 모두 차량소통이 재개됐다.
이날 새벽 3시께부터는 전기도 응급 복구되기 시작, 광탄면 신산리와 조리면 뇌조1.2리, 법원읍 직천리 등 6개리를 뺀 나머지 지역의 전기가 다시 들어와 그나마 밤샘 복구를 도왔다.시 재해대책상황실은 양수기 92대를 동원한데 이어 경기도 등에서 보내온 양수기 82대를 추가 투입, 침수 주택을 중심으로 밤새 물빼기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교하벌 등 마치 바다로 변해버린 농경지는 곡릉천 주변 일대를 중심으로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아 농민들이 애태웠고 금촌동과 조리면 일대 저지대 주택과 지하층에는 아직도무릎까지 물이 차 있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주말에 또 다시 폭우가 내린다는 기상예보에 따라 동분서주했으나 쓸만한 가재도구를 챙기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애태웠다.
시 재해대책상황실은 7일 오전 날이 밝아 오면서 굴착기 등 중장비와 공무원,군인 등 1만1천여명을 동원, 도로와 유실된 교량을 중심으로 본격 복구에 나섰지만 주말에 호우가 내릴경우 또다시 수해대란을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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