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옥광고·천당광고

어느 건달이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불려갔다. 저승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 어서 천당과 지옥행을 결정하는 살생부 심사부서가 축소돼 간단하게 천당과 지옥을 소개하는 CF광고만 보여주고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 건달이 먼저 천당 선전광고부터 봤다.

사방에 백합꽃 핀 길거리에는 성경책을 낀 사람들만 지나다니는 장면이 나왔다. 다음엔 지옥선전광고, 술꾼들이 나이트회관처럼 생긴 곳에서 떠들고 비틀거리며 노는 장면이었다. 아무래도 천당은 따분하고 재미가 없어 보이고 지옥은일단 술이 있고 불이나 뱀도 안 나오는 것같아 지옥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막상 지옥에 들어가자 야간 나이트 회관에서 난장판으로 즐긴 대목까지는 선전광고에 나온 그대로였는데 파티가 끝나자 곧장 지하실로 끌려가 불고문과 뱀구덩이에서 새벽내내 시달려야 하는 게 아닌가 이튿날 당장 심사관을 찾아가 「선전광고하고는 틀리지않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심사관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임마! 과대광고도 몰라?」지금 지구촌 사람들이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천국보다 는 지옥쪽이 더 가까울지 모른다. 지옥같은 나라라는 홍보이미지로는 해외자 본 유치나 국가신용도, 금융권 신용회복은 어렵다.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오 래 지속되면 될수록 점점 더 여건도 불리해진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의 저력과 국가역량이 바깥에서 보듯 그렇게 엉망일 정도는 아니라는 자신감과 신뢰 를 보여주는 국가 광고가 필요해진다. 정부가 대통령과 박세리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CF광고에 등장시켜 코리아 이미지광고를 시도한 것은 막대한 예산 이 소모되지만 세계광고전(戰)의 흐름을 보면 괜찮은 발상으로 평가된다. 김대통령을 광고모델의 중심인물로 설정한 것도 지금까지 세계인에게 알려진 야당투사시절 DJ의 민주적 이미지와 합리적 경제전문가라는 긍적적인 부분을 국가 이미지의 신뢰성에 접목시키고자 한 의도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광고대로 한국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구석구석의 실체가 광고 이미 지와 똑같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모습으로 굴러가야 하고 대통령의 국정수 행에도 민주적 합리성이 보이고 준비된 지도자의 역량이 배어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광고를 낸 주체가 불신당하면 그 광고 내용 자체를 불신하게 되는 '역부메랑 효과」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재벌의 빅딜, 구조조정 노사 마찰등 경제 해법에서 급하기만 하고 제대로 군데군데 요점을 정확히 찔러가며 합리적으로 풀어 나가지 못한다는 지적과 불평들이 나라안팎에서 증폭되게 되면 아무리 광고내용이 그럴듯 해도 국가 이미지 광고효과는 얻어내기가 어 렵게 된다. 지금 세계가 어떤 수준인가. 광고만 보고 경쟁국가의 실체를 판 단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국책은행 금고안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 파악하 고 국방력, 정치권의 부패, 금융권과 재벌의 허점을 유리알처럼 들여다 보고 있다.

건달이 비디오만 보고 '지옥!'을 선택하는 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진정으로 한국광고선전대로 믿을 수 있는 국가, 희망있는 나라로 인식시켜 주기 위해서는 정치권, 재벌, 금융권, 노동계 그리고 집권정부 내부의 실질적 인 개혁과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 줘야만 된다고 본다.

변화없는 국가 이미지로는 대통령 혼자 아무리 광고에 나가 청사초롱 들고 합창을 해봤자 「과대 광고 몰라!」하는 식의 지옥 선전광고 같다는 국제적 평가만 나오게 된다. 국가광고가 「지옥광고」가 아닌「천당광고」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정치인, 노동자와 재벌 모두의 양보와 인내 그리고 지도자의 선명한 지도력 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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