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700-XXXX

수란(水亂)…여란(女亂)…돈란(亂)…

온세상이 난리에 휩싸여 있다.

우리는 마치 게릴라가 출몰하듯 이곳 저곳을 오가며 퍼붓는 무심한 하늘의 장대비에 전국이쑥대밭이 되고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선 클린턴 대통령이 전(前)백악관 시용직원인 르윈스키양과의 야릇한 '부적절한 성관계'를 시인, 섹스난리를 피우고 있다.

얼마전까지 '철의 장막'으로 불렸던 러시아에서도 난리가 폭발했다.

90일간 모라토리엄 전격선언. 러시아가 루블화 표시 외채에 대해 채무지불유예를 발표함으로써 러시아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등 유럽국가의 자금이 경색되고 아시아·미국등 전 세계주가가 동반급락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IMF관리체제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도 17억달러라는 경협차관의 회수가 불투명해 짙은 불황의 그림자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돌출되는 대형 사건·사고에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멎어 버릴 것 같은 상황이다.

007, 1962년 제1탄이 발사된 후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30여년 동안 영화팬을 사로잡은 첩보물시리즈이다.

영국 해군첩보원 출신의 작가 이안 플레밍의 소설을 각색, 필름에 담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탈주범 신창원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출귀몰의 첩보원인 제임스 본드.그는 불사신의 사나이. 달리는 열차속에서 악당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을 펼친다.처절하고 숨막히는 격투를 하며 자기를 함정에 빠뜨린 KGB요원인 여인과 함께 사지(死地)인 소련을 탈출, 만능 해결사의 면모를 뽐내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다. (007 위기일발)난리를 겪고 있는 이 시대에 007주인공 제임스 본드같은 인물이 그립다.

망연자실하고 있는 수재민에게, '부적절한 성관계'로 스타일을 구긴 클린턴에게, 국가부도를부른 옐친에게 위기탈출의 열쇠를 건넬 수 있기에….

한낱 망상을 치부할 지 모르나 우리에겐 분명히 007의 제임스 본드가 있다.

---영국엔 007, 한국엔 700

007을 잘못 표기한 게 아니다. 불우한 이웃, 불의의 재난에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전화번호 700.

전화 한통(700-××××번) 걸면 1천원씩의 기부금을 내는 제도이다.

한국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말까지 언론사(방송사)에서 펼친 장애인 돕기, 불우이웃돕기, 실업자기금 모금, 난치병 어린이 돕기, 부도 중소기업 돕기등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돈이 답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한다.

---작은 정성이 나라살려

티끌모아 태산. 온 국민의 작은 정성에서 '대란'을 극복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제임스 본드의 신기에 가까운 역할처럼….

특히 전국을 강타한 수마에 휩쓸려 시름에 잠긴 수재민을 돕기 위한 전화가 쇄도, 그들의재기에 소금과 빛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700번 기부금전화의 위력은 본사가 펼치고 있는 사회사업에서도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개월전부터 시작한 실직가정과 위기가정을 돕기 위한 '기쁜날 이웃사랑'캠페인에 각계서쏟아진 가슴 따뜻한 '700전화' 목소리.

반가운 소리다. 그 목소리로 부모없이 살아가는 소녀가장, 채소장수 할머니, 실직가장 등에게 '희망의 등불'을 제공, 절망을 걷어내고 있다.

'700번의 정성'은 사경을 헤매는 가난한 환자에게 끼니를 거르는 절박한 가정에 전달되고있다.

'700'은 봄부터 온 몸을 사른 땀방울로 지은 농작물을 수확도 하기전에 허망하게 황톳물에떠내려 보낸 농부, 집채처럼 덮친 물벼락에 집을 날린 수재가구에게도 달려간다.---전화 한통으로 만든 기적

전화 한통이면 1천원, 몇통이면 몇천원…. 큰 부담없이 기적을 낳는 일이다. 난국을 돌파하는 디딤돌이다.

얼마전 여권(與圈:국민회의·자민련)에서 수재성금 갹출규모를 놓고 입씨름을 했다고 한다.왈가왈부 하기전에 '700'을 수백번 눌렀으면 그만일텐데…. '국민의 정부' 주인공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이다.

공존의 번호 '700'을 눌러 신출귀몰한 괴력을 보여주자.

본사의 수재민돕기 성금은 700-7575, 기쁜날 이웃사랑 성금은 700-7979.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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