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등 주요대학이 대입 무시험전형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때맞춰 이해찬교육부장관이 중·고교의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중등 교육의 '봄'이 올까. 우리의 유치원과 초교 교육은 수준급. 열린교육, 여러 줄로 세우는교육, 각종 체험학습 등등. 그러나 중학생이 되는 순간 학생들은 성적 순으로 일렬로 세워졌다.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결석, 가출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일. 그러나 이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중3이 고교에 진학하는 내년이면 고교가 2개가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2·3학년을 대상으로 입시교육을 하는 고교와 1학년에게 새교육을 하는 고교가 공존한다는 뜻.
이런 시점에 교육부가 교육 정상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설문조사에 나섰다. 기존의 시각으로 볼때 엉뚱하거나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는 의견을 과감히 제시해달라고 교육관계자들에게 주문했다. 교육관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교과내용 쉽게 꾸며 기발한 창의력 계발을
김정기씨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국민의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산업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것은사실이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기존 학력 위주의 교육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샘솟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적성과 소질계발에 맞는교육이 돼야 한다. 교사 중심의 일방적 교육이 아닌 상호 교환적이고 토론 중심의 수업으로교실이 바뀌어야 할 때다.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도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을 가져야 우리 교육의미래가 열릴 것이다.
교육과정과 내용이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구성됐다. 공부할 내용이 어려우면 학생들의 학습욕구를 저하시키고 기발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억제할 수도 있다. 현재의 70% 수준으로 교과 내용을 쉽게 꾸며야 된다.
2000년부터 시작할 교육과정 개편에는 어느정도 교육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틀이 마련돼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교육청, 학교의 부단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42·경북부교육감)
◇교장초빙제 등 확산 학교 민주화 우선 실천을
배용한씨
시민의식, 창의성 계발이란 교육의 목표가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학습과정과 내용에 담겨 있어야 한다.
과거답습형태의 주입식 지식교육은 더이상 미래 사회에서 효용가치를 얻지 못한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 농업 부문에서도 이런 지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도덕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으로 육성하고 개인의 소질과 특성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학교 규모를 줄여야 한다. 농어촌 학교도 의지만 있다면 훌륭한 인재의 요람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정규 수업 이외의 학교 생활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활동시간이 돼야 한다.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교의 민주화가 시급하다. 교장 초빙제 등을 확산시켜 훌륭한교육자가 교장이 될 수 있고 교무실내의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학교에 대한 교육당국의 통제는 대폭 줄여야 될 것이다.
최근의 교육개혁 조치들을 보면 교사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학부모, 시민단체등의 여론도 중요하지만 교육 주체인 교사들의 목소리도 담았으면 좋겠다.
(46·안동와룡중 교사)
◇통합교과 수업방식 도입 획일적 점수배정 개선
유승희씨
입시위주의 획일적 교육방식이 너무나 뿌리깊다. 이제 학교는 학생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는감옥(?)'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의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치는 행복한 삶의 장'이 돼야 한다.
이번 교육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먼저 통합교과적인 수업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학생의창의성, 개성, 자율성이 발휘되려면 주제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시켜야 하기 때문.또 획일적 점수배정 방식의 전통적 평가방식을 버려야 한다. 과제를 수행하는 학생들의 장,단점 등을 단계별로 서술문 형식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만 획일적 서열화를 막고 학생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높일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 개개인의 인식전환과 교육철학의 확립. 학생이 교육의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고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는 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교사들의피와 땀이 배인 노력이 절실하다.
(47·대구교대교수)
◇무시험 전형 시행땐 객관적 평가기준이 관건
강신성씨
학부모, 교사들은 '입학시험'이 없어질 경우 어떻게 다른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 각 대학이 학생들을 선발할 것인가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어쩌면 전통적인 시험성적 이외의 다른 객관적 평가기준을 찾는 것이 이번 교육개혁 성공여부를 판가름 하는 핵심변수일지 모른다.
중등학교에서는 특정분야의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일반학생들을 '무시험전형'으로 선발할때 어떤 기준을 적용할것인가에 있다. 경북대는 이를 위해 각 고교별로 수능점수와 대학에서의 성취도, 학생부 성적과 대학에서의 성취도, 사회진출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수능점수에 따라고교를 서열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및 사회진출의 실적으로 고교의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물론 이 서열은 매년 바뀐다.
결국 학생들의 창의성과 개성을 잘 개발하는 학교가 우수한 학교가 될 것이다.(54·경북대 교무부처장)
◇다양한 과제물 내줘 학생스스로 연구 유도
◆우정복씨
앞으로 윤리, 음악, 미술 등 입시위주 교육에서 소외 받았던 교사들의 역할이 이젠 커질 것이다. 학생들도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클럽활동도 다양화 된다.
먼저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비슷 비슷한 학교가 아니라 학교마다 특색이 있도록 만들려는학교장과 교사의 고민이 필요하다. 수업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교사가 교과서만 읽어줘서는안된다. 토론식 수업으로 궁금증을 학생 스스로 풀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과제물을 내줘 학생이 책을 읽어 연구하고 이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글짓기 대회, 미술·사진 전시회, 음악 발표회가 풍성해질 것이다. 학교간 연합 시화전도 권장할 생각이다. 우수 학교의 사례 발표회를 갖고, 각종 세미나를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교사는 교사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교육청은 교육청대로어떻게 가르치고 변화시킬까 고민해야 한다.
(61·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국장)
◇붙잡아 두며 '강요'보다 효율적인 학습법 찾아야
김정금씨
무시험전형제, 고교장추천제 도입 등이 교육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다양하고 공정한 평가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입시과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우리교육은 가치지향적인 인간을 만들고 지적인 안목을 갖도록 하는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전인교육을 하면 학업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도덕적·민주적 인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학교 풍토의수업과 학습활동의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 밤늦게 까지 학생들을 붙잡아 두며 공부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 것보다 어떻게 공부하는냐가 중요하다.
정규 수업시간 외에는 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방과후 학습활동도 지금처럼 '백화점식'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진정 학생들의 재능을 계발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을 높여야 한다.
수준별 수업의 경우 아직까지 명문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초 취지대로 학생들의 희망에 따른 눈높이 수업으로 개선해야 될 것이다.
(38·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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