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망각에 대하여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동화 가운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에피소드 한 토막. 어린 아이가하루 온 종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해질무렵, 나이 지긋한 노인을 만나니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망각이야".

그 동화가 말하고자 한 교훈은 무엇일까. 나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 가면서 지난 시절의 삶을 늘 돌이켜 보고 반성하는 가운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릴까라는 의미로 그 뜻을 새기고 있다. 개인에게도 그렇지만 국가라는 공동체 속에서도지난 시절의 삶은 역사다. 모든 국가가 그 나라의 역사를 어떠한 교육 내용보다 중요시하고가르치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는 신문이 현재의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관련, 며칠 전 읽었던 신문의 한 기사와 사진은 우리들에게 쉬 잊혀질 것 같지 않다.

온 국민이 유례없는 물난리로 인해 엄청난 인명과 재산손실을 당해 망연자실해 있는 가운데6개월 동안이나 휴식하고 있던 국회가 여론에 밀려 개원했다. 이날 새 국회의장에 당선된노정객과 여야총무가 함께 상견례를 하던 자리에서 새 국회의장에 당선된 노정객이 농담 도중 파안대소를 하던 모습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분의 전력이야 정치에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만큼 다 아는 일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다시 국회의장에 당선된 기쁨이야 남다르겠지만 온 국민이 수재로 깊은 시름에빠져 있을때 파안대소라니…. 표정관리도 아니고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새삼 정치적망각의 무서움을 되돌아보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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