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은행 총파업 철회 배경

사상 첫 총파업위기에 몰렸던 은행의 노사분규가 막판 진통끝에 조흥은행을 제외한 8개은행이 파업의 철회 또는 유보를 결정함으로써 금융대혼란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구조조정의 최대난관은 일단 극복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온건 성향으로 여겨졌던 은행 노조가 사상 초유의 총파업 돌입 직전까지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과감한 구조조정의 추진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해줬다.

은행 노조원들은 이번에 2만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사실 자체에 대해 자신들도 놀라워 하는 분위기 였으며 금융노련 지도부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줄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총파업 철회.유보 결단은 우선 사상 초유의 은행 파업을 강행할 경우 빚어질 시민들의 불편과 금융질서 대혼란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던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는 노조측이 은행장들과 금융노련의 공동교섭에서 교섭결렬과 총파업 강행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파업에 들어가지 못한채 뒤늦게 개별협상을 통해 업무복귀를 택한 모습에서 증명된다.

또 금융노련 내부에서도 총파업을 선언한뒤 정부측의 잇따른 유화적 태도와 교섭 요청에 강경.온건 세력의 의견이 분분, 실제 파업을 강행한다 해도 총파업의 위력을 쉽사리 자신할 수 없었던점도 노조측의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도 9개 은행 노조들의 요구사항은 자신들로서는 생계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겠지만 다른 분야의 실직자들과 비교해서는 형평에 어긋난다는여론이 막판 타결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유보는 공권력투입, 금융대혼란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피하게 됐으나 정부의 미숙한 협상전략을 노출시켰으며 대외적으로는 신인도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우선 정부가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정확한 파악을 하지 못한채 강경입장만을 고집하다가 상황이불리해지면서 노조의 요구에 밀려 계속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현대자동차에 이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충분하게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비쳐져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 성과에 대해 비관적 시각을 심화시킬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이같은 양보노력의 대가로 이뤄진 노조와의 철야협상도 막판에 노조가 일방적으로 결렬을선언함으로써 정부의 협상대응이 치밀하지 못했음을 반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판 협상에서의 의견접근과 파업철회 또는 유보는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발판 마련과 함께 서울.제일은행의 해외매각 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부실채권매각, 정부 증자 지원을 받은 조건부 승인 은행들이 우량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이 됐던 총파업 사태는 일단 피했으나 구조조정을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다.

본격적인 인원감축과 경영개선 노력을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량은행들로 거듭나는 작업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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