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이번 방일(訪日)은 여느 정권때와는 다른 일면이 있다.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21세기로 돌입하고 있는데다 세계 특히 아시아 경제위기를 맞아 양국간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사실 역대 정권도 늘 미래지향적인 우호관계를 다짐했지만 국민감정과 과거사문제가 걸림돌로 존재했다. 김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해묵은 과거의 고리를 끊고 향후 선린우호시대를 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미 종군위안부문제를 포함, 과거사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고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해서도 거론치 않기로 했으며 천황 호칭과 일본문화의 단계적 개방시사, 한일어업협정의 타결 등 가시적인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경제협력을 강조한 만큼 실리외교가 작동한 셈이다.
◇현안과 전망 = 양국정상은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포함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파트너 십을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한다. 청와대측은 외국과의 포괄적인 협력문서는 우리 외교사상 최초이며 이는 장전(章典)의 성격이라는 것.
여기에는 서로의 과거, 현재, 미래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과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표명과 미래의 건설적 관계정립을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과거사문제에 대해 일본은 95년 무라야마 당시총리 사과표현위에 침략의 대상으로 한국을 구체적으로 적시한다는 방침인데 구두표현이 아니라 정부 공식입장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
경제분야도 주요 현안. 정확히 얘기해서 경제협력 요청이다. 호조건의 일본 수출입은행 30억달러차관 제공 등 한국경제난 극복을 위한 상호협력 강화방안이 협의될 계획이다.
또한 △어업협정타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력 △문화, 청소년교류 등 국민적 교류활성화 △환경, 인권, 군축 등 범세계적 차원의 협력 △재일동포들의 사기제고방안 등도 논의된다.이번에 일본측은 한국측에 4자회담에 일본과 러시아가 포함된 6자협의체 구성을 제의할 예정인데청와대고위인사는"이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이번에는 특히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처리, 일왕의 월드컵이전 방한성사 여부 등도 관심사항이다.다만 한.일관계의 족쇄로 작용한 종군위안부 등 과거사문제, 무역불균형, 독도문제 등에 대해 한국국민들은 이번 방일에도 불구,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일본측이 해야할 몫은 아직 많다.
◇연설내용 = 김대통령은 다섯차례의 주요 연설이 예정돼있다. 국회연설에서는 세계경제에서의일본의 위상과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역설할 계획. 여기서 자신도 과거인식에 대한 매듭의사를 표명하면서 그 상징적 조치로 일본 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을 공식 발표한다는 것.
단골메뉴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필요성도 빼놓지 않고 양국이 이같은 보편적 가치의증진에 모범을 보여 아시아.태평양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일본의 도움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대한(對韓)투자확대를 요청한다. 일본이 아시아경제위기 극복에 견인차 역할을 해 줄 것을 아울러 주문할 예정이다.또 동북아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행동에 대한 일본의 우려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북한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소위'햇볕정책'을 설명한다.
총리초청만찬에서는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계기로 선린우호의 새시대 개막을 기대한다는 것.경제분야는 물론 문화, 교육, 지방 등 다방면의 교류확대를 희망한다.
천황주최 만찬에서는 상호발전에 기여했던 양국의 오랜 교류의 역사를 상기하면서 상호존중과 열린마음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2년월드컵대회는 21세기를 향한 두나라의 동반자관계와우의를 세계에 과시하는 행사가 될 것임을 역설한다.
일본경제단체 및 관서(關西)지역 주요단체주최 연설에서는 아시아경제 회복은 일본경제의 회복에좌우되고 있음을 설명한 뒤 일본의 금융산업 구조조정과 내수진작조치를 촉구한다는 것. 또 대한(對韓)투자가 적기임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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