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농가부채경감의 모순

IMF체제속에 정책적 배려에서 소외감을 느끼면서 도시보다 경제적 위축이 더욱 심화되고있는 농촌경제의 부담을 덜어주기위한 농가부채경감방안이 농가부채대책위원회와 농민단체에 의해 공동으로 마련돼 정부에 넘겨졌다.

일부 항목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지만 대부분 정부의 결정에 따라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현정부의 선거공약에 비추어 이번 농가부채경감방안이 그대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상환능력을벗어난 과중한 농가부채와 이 부채와 관련한 농가들의 상호연대보증 등으로 침몰할지도 모르는농촌경제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부채경감에 반대할 입장이 아니다.

이번 경감방안은 농.축협등 협동조합의 대출금상환 2년간 유예.대출금리를 2%포인트 인하와 정책자금대출금의 선별적 이자율인하(국회동의조건)및 2년간상환유예를 골짜로 하고있어 수혜농가엔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의 각종 정책자금지원사업이 경제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않고 추진됨으로써 정부방침에순응한 농민들이 피해를 입은데 대한 보상성격의 부채경감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특히 이같은 농가지원의 방법에서 수혜농가를 선별적으로 결정키로 한 것은 자칫 상환능력이 있는 농가까지 포함시킴으로써 농촌의 도덕적 해이현상을 막고 도시 빈곤층과의 형평을 맞추려는 뜻을 엿보게도 한다.

그러나 그같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부채경감방안도 결국 빚 많은 농가는 큰 이익을 보고 빚적은 농가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됨으로써 농업의 경쟁력 제고에 근본적인 문제를 만들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영농등을 통해 열심히 일한 농민은 지원대상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고 그보다 못한 농민이 혜택을 받는 경우가 되풀이 된다면 근면.성실한 농민의 의욕이 저하될 수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보아 진정으로 농촌을 살리는 길이 아니다. 뿐만아니라 도시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근로자가예기치못한 구조조정과정에 밀려 실직을 하게되고 그로인해 이미 지고 있는 가계부채로 고통을받고 있는 경우와 비교하면 너무 불공평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이자경감및 상환연장 대상 부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축협취급 상호금융자금은농민 스스로가 조성한 자금인만큼 아무리 경감혜택 재원을 조합자체의 구조조정등을 통해 마련한다해도 이만저만한 모순을 가지는 게 아니다. 건실한 농민이 조성한 자금의 열매를 부실농민이가져가는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농촌도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한 소득 사업을 통해 농가부채가 해결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근본적 방법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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