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시 소년가장 이규덕군 남매

"순식간이었어요. 아버지가 간경화로 돌아가진 지 꼭 50일 만에 어머니도 암으로 세상을 뜨셨으니까요"

이규덕(15.경산시 압량면 부적1동).귀자(13.여).귀은(8.여) 3남매는 그렇게 '소년소녀가장'이 됐다.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병원에 실려가기 바로 전날까지 3남매를 위해 고물을 팔러 나가셨던어머니. 장남 규덕군은 지난 4일 한줌 가루로 변한 어머니를 야산에 뿌리는 조촐한 장례를 혼자치렀다.

"귀은이는 놀러 나갔나봐요" 울어서 부석부석한 얼굴로 동생을 찾는 귀자도, 철부지 두 동생을 책임져야 할 규덕이도 이제 막 여드름이 돋기 시작한 어린 나이. 슬픔을 삭일 틈도 없이 아이들은이제 모진 겨울과 맞서야 한다.

연탄을 살 형편이 안 되는 3남매는 온기 없는 단칸방에서 11월 밤바람을 참으며 살고 있다. 전화도 없고 누전 걱정에 전깃불도 맘대로 못 켜는 형편. 수돗물 대신 부엌앞 우물물을 길어 밥도 짓고 빨래도 한다는 귀자는 벌써 손이 빨갛게 곱았다. 그나마 수시로 집에 들러 부엌을 들여다보는이웃들이 없으면 3남매는 당장 굶어야 할 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가 같이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가 커서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가장(家長) 규덕이의 근심은 크다. 고물장수를 하던 어머니가 주어온 시계며 찬장, 고장난세탁기가 어수선하게 널린 낡은 집이지만 집주인으로부터 12월 말까지 방을 비워달라는 통고를받았다. 10년 가까이 공짜로 살아온 터라 더이상 부탁하기도 어려운 형편. 부모도, 집도 잃고 바람막이 하나 없는 이 아이들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까.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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