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물림 미래학자들의 미래 예측이 자주 빗나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혹시 패자부활전에서 부활한 패자, 혹은 '불량인간'의 '위대한 탄생'때문이 아닐까? 이따금씩 등장하는 그런 인간에 의해인간의 역사가 가파르게 변전하기 때문은 아닐 것인가? '조용필 음악 30년'콘서트를 다녀오면서그냥 해본 생각이다.
지금은 성공한 인간에 속하는 조용필의 '불량 인간론'은 우리 시대 문화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다음 세대가 누릴 문화는 또 어떤 얼굴을 하게 될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수있게 한다. 최근에 조용필을 인터뷰한 월간잡지 '신동아'의 박윤석기자는 조용필이 혼자말하듯이"딴따라가 불량인간으로 취급받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중얼거리더라면서 기자자신의 심중소회를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조용필은 광복이후 한국 가요계를 수놓은 대중 스타들, 그 숱한 '불량인간'의 반열 끝자리에위치하고 있다. 그는 기타를 처음 잡은 그날 이후 최소한 70년대까지는 '불량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세상이 그렇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도 전, 일찍이 그를 불량인간으로 규정한 것은 그의 부모였다…"우리가문에 딴따라는 없다"는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대학 영문과에 입시 원서를 내기는 했지만 그는 고사장으로 가는 대신 가출했다. 그리고는 잠시 다닌 음악학원 친구들과 아마추어 그룹을 만들어 파주 일대 기지촌 클럽 주변으로 흘러들었다.
이만하면 불량인간의 한 전형을 이룰만하다. 조직사회의 컨베이어 시스템에서 내려온 이후로 조용필의 삶은 얼마나 고단했을 것인가? 조용필 자신은 이렇게 술회한다.
'…8군 클럽의 쥬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귀담아 들어두었다가 소위 '백판'이라는 복사판레코드를 사들고 들어가 숙소에서 들으면서 공부했다. 음악이론도 모르는채 그냥 멋 모르는채 따라하고, 게걸스럽게 흡수했다. 욕심은 있어서, 어렵고 새로운 음악을 열심히 채보해 변용하며 나름대로 실험을 해본 것이다'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은 가요문화의 불모지에서의 이렇게 고독한 탐색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은 사실 이러한 '불량 인간'의 고독한 탐색을 통해서만, 패자로 낙인찍힌듯한인간의 패자부활전을 통한 역동적인 재기를 통해서만 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문화의 판은 조직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짜여지는 것도 아니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짜여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불량인간'으로 규정된 인간들이 사는 언더그라운드, 저 바다변방의 개펄에서 짜여진다고 생각한다. 개펄은 죽은 바다가 아니다. 바다를 정화하고 바다에다 새로운 생명을 공급하는 창조의 질료, 그 원초적인 무대다. 우리가 서울 신촌이 되었든 부산 광복동이 되었든 대구 동성로가 되었든 언더그라운드 판을 눈여겨 보아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곳은 문화의 변방이 아니다. 문화의 실리콘 밸리인 것이다.
나는 1992년 초겨울,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열렸던 음악회를 잊지 못한다. 60년대에 미국의 민권운동가 마르틴 루터 킹 박사가 피를 토하듯이 "나에게는 꿈이 있다"고 절규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열린, 반전운동의 전과가 있는 '불량 인간'빌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음악회였다.음악회의 백미는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불량인간'으로 냉대를 받던 밥 딜런이 그 자리에 초대되어들려준 옛노래였다. 골프치는 박세리를 배경으로 들려오는 노래, 지금 우리 국민가요 대접을 받고있는 '상록수'를 들어보라. '불량인간'으로 규정된 적이 있는 김민기가 짓고 '불량인간'으로 규정된 적이 있는 양희은이 부른 노래가 아니던가?
대학 입시 철이다. 시대에 의해 '불량 인간'으로 규정될수도 있는 이들이여, 기죽을 것 하나 없다.그대들이 새 시대를 만들면 그뿐이다.
(소설가·미국 미시건 주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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