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동상이몽 기후협약

1백80여년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빈회의'는 여러모로 유명하다. 오스트리아 명재상 메테르니히가 의장이 되어 나폴레옹이후 유럽의 질서 재편을 위해 소집된 이 회의는 당시 유럽각국의 자국 이익을 앞세운 동상이몽이 지금도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메테르니히는 당시 유럽을 풍미하는 국민주의·자유주의 물결을 외면, 기존의 유럽 세력을 중심으로한 오스트리아의 지도권 장악을 위해 애를 썼고 그 결과 회의는 겉돌면서 연일 화려한 무도회만 계속, '회의는 춤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었던 것.

이처럼 국제외교무대에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경우가 비일비재이지만 14일 폐막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후협약 4차총회도 그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세계 제1의 온실가스 발생국인 미국이 그동안 거부해온 '온실가스 의무 감축안'에 서명한것도 따지고 보면 외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동상이몽에 다름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미국은 세계 각국의 비난에 직면하자 일단 서명하는 것으로 예봉을 피했지만 이 법안을 "의회에회부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서명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가하면 대량 발생국인 중국·인도등 개도국들은 온실가스 효과가 전적으로 선진국 책임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다.

결국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의 유해성(有害性)은 인정하면서도 자국 이익을 앞세워 책임을 전가하느라 이번 회의에서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연간 발생량이 3억5천3백만t으로 세계12위국인 우리는 이번에 각국의 '동상이몽'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는 탈출했지만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1차의무감축국이 될 경우 이산화탄소감축량을 95년 수준으로 동결해도 2010년의 경제성장률이1%미만이란 계산이다. 그런만큼 지금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국가차원에서 검토할 단계가 됐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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