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합교과형 논술문제

서로 다른 관점에서 쓴 다음의 두 글을 읽고 어느 한 쪽에 서서 다른 쪽을 비판하면서 논술하라.(A) 우리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볼 때 그 본질과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숲을 재목을 얻기 위한 수단이나 짐승을 잡기 위한 사냥터로 생각하고 보아서는 그것을숲으로 볼 수 없다. 우리가 이기적 욕심을 버리고 우거진 숲을 바라볼 때 숲은 숲이 되고, 자연이되고, 비로소 아름다워진다.

(B)혈액 속의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은 네 가닥의 단백질과 네 개의 히임이라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긴 단백질 사슬이 국수 가락처럼 제멋대로 뒤엉켜 있는 모양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산소를 세포에 운반해 주는 헤모글로빈이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유의 사항〉

①제목을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②지문을 그대로 옮겨 쓰지 말 것.

③수험 번호, 성명 등 자기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을 답안에 드러내지 말 것.

④한 편의 완성된 글이 되게 할 것.

⑤어문 규칙을 지킬 것.

◆(A)지지의 경우 박정원(구미고교 졸업)

아름답다고 판단하는 관점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재의 유용성에 따라 아름다움이 결정된다는 견해이고 다른 하나는 순수하게 사물 자체의 속성에 의해 아름다움이 결정된다는 견해이다.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물의 아름다움이 실용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사물 자체의 속성에 따라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붉게 피어오르는 독버섯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한다. 야생의 버섯 가운데 독을 가진 것일수록 겉보기에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티없이 맑은 분홍빛을 띠고 무더운 여름, 나무 그늘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독버섯은 아름답다. 실용적 가치로 보면 인간에게 해로운 독을 가지고있지만 그 형태와 색깔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인류 역사상 훌륭한 예술품으로 알려진 많은 미술품들이 실재적 유용성을 지니지 못했음에도 아름답다고 평가된다. 비너스 상은 오랜 기간 동안 서양의 기준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표상으로 여겨졌다. 이는 실재에서 유용적 가치가 없음에도 그 자체가 지닌 조화와 균형으로 인해 아름답다고 평가받아 왔다.

시계 박물관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골동품 벽걸이 시계들이 많다. 이 시계들을 보고 아름답다고감탄을 자아내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시계는 이미 시계침이 돌아가지 않는 골동품으로 더 이상실용적 가치가 없음에도 보는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한다.

야생 들판의 장끼를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몸의 털과 긴 꼬리의 색상이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꿩은 농부들이 가꾸어 놓은 농작물을 해친다. 심지어는 들판에 뿌려둔 씨앗을 파먹어 일년의 농사를 망치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꿩의 모습을 아름답다고 한다.

사물의 아름다움은 실용적 유용성과는 관련없이 결정된다. 사물 자체가 지닌 본질을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그 사물의 속성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아름다운 것들은 실용적인 쓰임새와 관계없이 그것 자체가 미적인 요소를 지녔기 때문이다.

◆(B)지지의 경우 신남철(대건고교 졸업)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견해가 있어 왔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얼마나 실재에 유용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주관적 느낌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또이러한 아름다움은 지나치게 절대화, 이상화되어서 현실에서 찾지 못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용성에서 오는 미적 가치는 그 효용성을 느낄 때마다 아름다움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성당 앞에 서 있는 성모상을 보고 천주교 신자들은 성스러움을 느끼고 이로 인해 더욱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별다른 미적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단순한 대상으로 볼지도 모른다. 이 경우 아름다움은 종교적 믿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촌의 마당에 서 있는 튼튼한 지게를 보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농부도 있다. 나무와 짚으로 만들어진 이 지게에서 도시 사람들은 전혀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등짐을 지는농부가 볼 때에는 그 유용성으로 인해 튼튼한 지게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

이는 예술의 경우에도 해당될 때가 있다. 문학의 연구에서 사회사적 비평을 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작품을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한편의 작품은 전체가 유기적 조직을 갖추고 있겠지만 사회사적 비평을 하는 사람들은 그 작품이가지는 사회사의 인식 가치에 따라 그 작품의 미적 가치를 평가한다.

아름다움은 결코 고고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이념, 그들의 구체적 생활 체험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아름다움의 가치는 다른 가치와의 관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문제분석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평가하는 사람이나 시대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이것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으로 매우 주관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화단에 핀 장미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달리는 자동차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기도 한다.

아름답다고판단하는 데에는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관점이 존재한다. 전자를 순수한 미적 아름다움이라고 하고 후자를 실용적 가치를 중시한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각각의 서로 다른 기준에 따른미적 가치에 대한 주장과 논거를 찾아보자.

먼저 실용적 가치를 따지지 아니한 순수한 미적 가치를 옹호하는 논리를 살펴보자. 아름답다고느끼는 것은 실용적 가치와 무관하다. 이는 무엇을 대했을 때, 마음의 느낌의 상태를 나타낸 것이므로 유용적 가치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다.

이러한 미적 가치를 가진 유파로는 낭만주의와 유미주의가 있다. 그 예로는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이나 붉게 물든 저녁놀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 등이 있다. 이러한 예는 자주 접할 수 있다. 곱게꾸민 젊은 여인이 아름답다고 하거나 청춘 남녀의 정열적 사랑이 아름답다고 하는 경우도 이에속한다.

다음으로 실용적 가치에 따라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름다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많이 존재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 가치를 가지느냐에 따라 달리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적 가치를 지닌 유파로는 사실주의와 자연주의가 있다. 이들은 유용한 가치를 지니고있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름답다고 한다. 늙은 농부의 주름진 얼굴모습을 아름답다고 하고 하루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농부의 모습을 아름답다고 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 노동자의 땀흘리는 얼굴이 아름답고 남자 노동자의 억센 팔이 아름답다고 한다. 이렇듯 아름다움의 가치를 실재의 유용성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 가치를 가졌다. 보는 사람들이 산 시대에 따라, 한 시대의 유행에 따라, 개인적 가치의 차이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학생들은 논술을 쓸 때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해 두고, 자신이 쓸 수 있는 예를 메모해 보아야한다. 그러나 이 때 논거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될 수 있어야 하며 대등 관계를 유지할 수있어야 한다.

◆학생작품 평가

이 문제는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는 유형의 문제이다. 이런 논술의 경우, 서론에서, 자신이 쓰고자 하는 논점과 반대되는 견해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자신이 반박하는주장을 쓴다는 것을 밝혀 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본론에서 자신의 견해를 옹호하는 논거만 잘제시하면 좋은 논술이 될 수 있다. 서론은 논점을 이끌어 내고 본론 쓰기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좋은 서론이다.

박정원 학생의 경우 서론 쓰기가 이런 면에서 좋지 못하다. 학생처럼 서론에서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경우, 문제에서 요구하는 대로 쓰기 위해서는 본론에서 한 단락 정내세우고 그 논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의 정당성을 밝혀 가야 한다.

학생의 글에서는 본론의 문단 안에서 반대되는 주장이 숨어 있으므로 채점자가 볼 때 명료성이떨어지는 결점이 드러난다.

본론은 4단락으로 되어 있다. 본론의 형식 단락의 수는 2∼4단락 정도가 알맞다. 적어도 2단락은 되어야 하고 많아도 4단락이 넘으면 짧은 분량의 논술에서 좋지 못하다. 형식 단락의 구분은 결국 채점자에게 전체 글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신남철 학생의 경우 이러한 문제 유형에서 서론 쓰기가 잘되었다. 서론에서 반대편의 주장을 제시하고 자신이 그 반론을 쓴다는 것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이 쓰고자 하는 논제를 분명하게 제시했을 뿐 아니라 문제에서 요구하는 반대 견해에 대한 비판도 서론에서 모두 소화해 버렸다. 이렇게서론을 잘 쓰면 본론 쓰기가 매우 편안해진다.

본론에서 자신의 주장의 논거를 제시하고 이를 설명하여 그 설득력을 높여 주면 된다. 또한 본론의 단락 구성을 하기가 편하게 된다.

〈논술지도 정대호(일신학원 국어강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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