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대구·경북의원 잡자

부총재직 인선에서 빚어진 한나라당내 대구·경북세력의 반발이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달래기와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의 계파결속 작업으로 비화되는 등 대구·경북을 놓고 두 사람의 힘겨루기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원들은 탈당 등 집단행동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총재와 김전부총재의 사이에서거취를 고민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총재는 당내 대구·경북 세력의 반발에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이의 무마에 백방으로 노력했다.이에 대해 김전부총재는 30일 지역의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이총재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등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총재는 28일 대구·경북지역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구·경북에 대한 애정에는 추호의변함도 없고 소외시키고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대구·경북지역의 고마움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총재는 그러나 부총재 인선과 관련, "부총재단에 김전부총재가 포함됐다가 안하겠다고 뛰쳐나가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이지 대구·경북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사태발생을 김전부총재 탓으로 돌렸다.

또 당직개편과 관련, 지역의 몇몇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을 벌이는 등 반발무마 작업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의원들은 대부분 고사의 뜻을 전달하는 등 별무성과였던 것으로 전해졌다.지금껏 당내에서 지역을 대표했던 김전부총재와의 관계 정상화 등 총재의 확실한 대구·경북 배려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이런 상황에서 당직을 수락할 경우 '떡하나 얻어먹는 우는 아이'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모양새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김전부총재는 30일 오전 지역출신 중진의원들과 조찬과 면담을 잇따라 갖고 부총재단 인선과정의 뒷이야기를 포함해 자신이 이총재의 부총재직 제의를 거부하고 등을 돌리게 된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전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이총재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등 정치적 신의를 저버렸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부터 이총재를 지지하도록 유도했던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의원들의 변함없는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를 두고 경북의 한 초선의원은 "총재와 허주가 대구·경북을 놓고 각개격파에 들어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총재는 허주를 배제하고 나머지 대구·경북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려는 것이고 김전부총재는 자신을 홀대할 경우 당의 주요 기반이 상실되는 것은 물론 대구·경북의 비협조로 이총재가 고립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려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구·경북은 다소 다른 반응을 보일 전망이다. 대구쪽 일부는 이총재와 김전부총재 두사람 모두와 일정거리를 유지하는 중도파적 성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경북출신들은김전부총재의 뜻에 동조하며 당내 비주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어떤 상황이 됐든 예전과 같이 이총재와 대구·경북 세력의 밀월관계가 '완전복원'되기는어려울 전망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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