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다락안의 보물

이상적인 공동체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유학(儒學)의 가르침은 시대에 따라 지향하는 바가달랐다. 조선시대 전기에는 마음을 바르게 하는 성리학(性理學)이 중시되고, 후기에는 살아가는데유익한 실학(實學)이 강조됐다.

■마음을 바르게 가져야

안동이 낳은 정통유학자 퇴계(退溪)는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중요시했다. 잇단사화(士禍)와 당쟁으로 혼탁해진 당시의 사회질서를 바로 잡는 길은 먼저 자기 마음을 바르게 해도리를 깨닫고, 행실을 거기에 맞게 해야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 거짓으로 세상사람들의 환심이나 사 명리(名利)를 구하는 것(爲人之學)은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과 나라를 망치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퇴계는 손수 도산서당(陶山書堂)을 열어 후진들에게 마땅히 알아야할 도리를 깨달아 덕행에 힘쓰고 실천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을 권장했다. 특히 퇴계는 제자들에게 세상살이에선 이(利)가 아닌 의(義)를 좇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침으로써 초야에 묻혀 살면서도 천하의 근본이치를밝히고, 시시비비를 가려 세상을 바르게 인도하는 선비정신의 길잡이가 됐다.

오늘날 안동을 비롯한 경북북부권 사람들이 퇴계가 이 지역 출신임을 자랑으로 여겨 공석이나 사석에서 퇴계를 거론하며 선비의 고장임을 일깨우는 것은 퇴계의 가르침이 이 시대에도 유효하고,이를 따르고 있다는 자부심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올들어 지역민들의 이같은 자부심과 상충하는 듯한 신실학(新實學?)의 바람이 불어 그 귀추가 여간 궁금하지 않다. '경북북부권 여권벨트화'구상이 바로 그것이다. 새정부 들어서면서 불거져 나온 반인위적인 여권벨트화의 내용은 안동을 비롯, 예천 영주 봉화 문경 청송 영양 등 경북북부지역을 영남권 여권발판의 교두보로 공략한다는 것. 그 대가로 각종 개발혜택과 행정지원으로 지역민의 숙원인 '낙후'탈피를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실세들마저 "개혁정부는 예산에 대한 공평성을 실현하기 때문에 지역특혜 같은 것은 없다"고 공언하면서도 앞뒤가 맞지않게 기회있을 때마다 이곳에 관심을 보여지역민들의 기대를 부추긴다.

오랜기간 내륙이란 이유로 따돌려지고 푸대접받아 개발이 크게 낙후됐다고 믿는 일부 지역민들이이를 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가치관이 급변하는 세기말 세계화시대에 구제금융에 발목이 잡혀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가 불안하고 고통스런 분위기에서 내고장을 잘살게 해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대기업이나 공직자비리에서 드러나듯이 나랏돈은먼저보는 놈이 임자인가 하는 느낌을 들게하는 지금의 세태에선 도리나 이치를 따지기 이전에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민들이 자부하고 자랑하는 만큼 선비의 고장이라면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과 최근잇따라 불거진 사정바람이 퇴계의 절의(節義)정신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마찰없이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것인지 한번쯤 되새겨 봐야 하지않을까 싶다.

■선비정신 되새겨볼 때

퇴계는 제자들에게 매사에 신중히 처신할 것을 강조, "천년 만년 후에라도 나의 잘못을 들춰내는사람이 나오면 어찌할 것인가. 깊이 살펴서 해야지 한 시대 한 사람만을 이기려 의도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

최근 경북북부지역 유교문화권개발구상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퇴계학 국제학술대회가안동서 열리고, 내년에는 국학진흥원이 이곳에 문을 열게되며 2001년에는 퇴계탄신 5백주년 국제유교문화제가 열릴 계획이다. 이같은 일과 행사들을 보다 내실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역민들은세계 유학사의 보고인 퇴계의 선비정신과 사상을 쓸모없는 다락안의 보물이 되게해선 안될 것이다. 최종성〈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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