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남탕에서 보내는 편지

쌀쌀한 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큰 돈들이지 않고 피로를 풀수 있는 대중목욕탕을 자주 찾는계절입니다. 남탕안의 사정을 궁금해할 여탕 여러분께 소식을 전하려고 이렇게 편지씁니다.남탕안에는 '샤워후에 탕에 들어가세요'라는 팻말이 여러군데 붙어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증막에서 온 몸이 땀투성이가 된채로 냉탕에 다이빙하듯이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젊은 사람인 경우 잔소리라도 해주고 싶지만 등짝에 호랑이가 그려져있거나 허벅지에 '의리''단결'따위의 가훈이 새겨져있으면 그냥 조용히 있는 편이 낫습니다.

'양치나 면도 할때는 수도꼭지를 잠궈주세요'라는 팻말도 무색하게 신나게 쏟아지는 샤워를 온화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하염없이 면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옆에 다쓴 수건을 넣어두는 바구니가 있는데도 기어이 비누거품 투성이의 수건을 샤워꼭지에 걸어두고 나가버리는 사람이 있고, 자기가 일단 다쓴 비누는 바닥에 떨어져 녹고있든 하수구로 흘러가고 있든 절대로 비누곽에 도로 집어넣지 않는 확고한 소신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밖의 탈의실에서는 면도한 얼굴에 바르는 스킨로션을 한꺼번에 반병쯤 손바닥에 털어내서 얼굴 물론 겨드랑이와 온몸, 사타구니까지 발라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탈의실 거울앞의 선풍기를 다 쓰고 끄지않는 것이 이곳의 예의이고 빗과 브러쉬에 끼인 제 머리카락을 빼는 것은 굉장히 실례되는 행동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즈음의 여탕 사정을 잘 모릅니다만 '아무쪼록 제발 여탕이라도 이지경은 되어있지 않아야할텐데'하는 쓸데없는 걱정에 몇자 적어보냅니다.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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