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숙자 쉼터' 설곳이 없다

'이 겨울보다 더 차가운 건 우리 사회의 냉대입니다'

노숙자들이 겨울 밤거리를 떠돌고 있다.

지역내 노숙자들을 위해 지난달 문을 열 예정이었던 '노숙자 쉼터'가 주민들과 행정기관의 넘을수 없는 벽에 부딪쳐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숙자 쉼터가 들어설 예정지는 북구 침산동 4층짜리 상가 건물. 지난달말 임대 계약까지했으나 인근 주민들이 '지가 하락'과 '교육 문제'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 아직 숙소 공사조차못하고 있다.

지난주 두차례에 거쳐 공청회가 열리고 경찰서에서 방범 초소까지 짓겠다고 나섰지만 주민들의완강한 태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구청과 구의회까지 '주민 동의 없는 입주'는 어렵다며 나서고 있으며 시는 '노숙자뿐 아니라 주민도 시민'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는 실정. 쉼터 건립 실무를 맡고 있는 ㅈ교회 관계자는 "순수 부랑자들은 복지 시설에 대부분 수용됐고남은 노숙자는 부도나 실직으로 가정을 떠난 이들뿐"이라며 "그런데도 주민들은 쉼터를 교도소보다 더한 곳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지난달 초에도 한 건물을 빌렸으나 입주 며칠을 앞두고 건물주 요구로 포기했다"며 "여기가아니면 더 이상 겨울을 날만한 곳을 찾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구역과 동대구역을 전전하고 있는 노숙자수는 줄잡아 1백여명. 지역내 3개 노숙자 쉼터에수용되지 못한 이들이다. 결국 주민들이나 행정 기관이 '사소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들은'생존'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난히 춥다는 올 겨울. 차가운 길바닥에 몸져 누운이들을 한번쯤은 돌아볼수 있는 따뜻함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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