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왕따 우리 모두가 막아야

학교에서 동료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는 이른바 '왕따' 사례가 올해 9월까지만도 4천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안겨준다. 특히 최근들어 피해자들의 자살이 잇따르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을 상대로 무기명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천여건에 5천4백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그중 중학교가 2천1백여명, 초등학교 1천9백여명, 고등학교 1천2백여명으로드러났다.

더구나 최근에는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들에게 '거지밥을 먹는다'며 심하게 놀리고 따돌려 무료급식을 거부하며 굶는 학생들마저 적지 않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가난과 굶주림도 견디기 어려운고통인데 그런 곤경에 놓인 학생들이 '왕따'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잔인하기 이를데 없으며, 세상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인 '이지메'가 95년 한해 동안 5만7천여건이나 될 정도로 극성을 부렸으며, 10여명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빚어졌지만 관련 기관의 강력한 대응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날이 갈수록 '왕따'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달 4일 울산의한 여고생이 목을 매 자살했고, 지난 10월 제주의 한 초등학생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또 지난달에는 '왕따'로 정신병을 앓게 된 초등학교 여학생의 가족들이 손해 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며, 같은 달 서울지법은 피해자에게 위자료 등 1억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이같은 현상의 책임은 학교는 물론 가정과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가정에서는 청소년들을 지나치게 보호함으로써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극단으로 치닫게 했다. 그때문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 집단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회도 집단 이기주의 등 마찬가지의 분위기를 조장해왔으며, 학교도 적절한 현장대응을 하지못했다..

집단 따돌림과 인격적인 모독은 아직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수 있다.

이제 청소년을 학교마저 안심하고 보낼 수 없게 돼버렸지만 이는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다. 가정에서는 예방에 힘을 쓰고, 학교는 상담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관계 기관은 유기적 협조체제를 갖춰 강력하게 대응하고, 법원과 검찰도 그 뿌리를 뽑기에 뒷받침이 돼야 하며, 언론과 시민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캠페인도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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