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내탓 맞아?

내가 일주일에 한번씩 강의나가는 모 대학도 여느 대학 캠퍼스 못지않게 늦가을의 정취가 아름답다. 가끔 수업시간보다 일직 도착하는 날은 강의실 올라가는 돌계단에 앉아 주위 경치를 둘러보고 잠시 휴식도 즐기는데 앉기전에 아주 조심해서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계단에 가래침이 많아서 잘못하면 낭패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앉아서 학생들을 쳐다보면 담배를 피우면서 계단바닥에 연신 가래침을 뱉아낸다.

강의실에 들어와서 학생들에게 유치원학생 대하는듯한 목소리로 "학생여러분, 여러분이 공부하는학교의 계단이나 복도에 침을 뱉어도 좋아요? 1번 된다. 2번 안된다"라고 물어보면 "2번요"하고씩씩하게 대답한다.

"강의실에 과자봉지를 버리는 것은?" "안돼요" "수업시간에 껌씹는 것은?" "안돼요" "수업시간에휴대폰 받는 것은?" "꺼둬야돼요"이렇게 잘 대답하니 학교교육이 잘못된 것이 아님은 틀림이 없다.

집에서 부모님들이 그렇게 가르쳤을리는 더욱 만무하고 대학에서 그럴리 없고 보면 공중도덕과예의가 사라진 대학생이 누구때문인지 점점 자명해진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바로 학생들 자신의 탓인 것을. 가래침뱉는 학생들에게 우리 기성세대가 해줄일이 사실 별로 없다. 나는 그저 다음 수업때는 '내탓이오, 내탓이오, 내탓이로소이다'를 열번써오라고 숙제를 낼 참이다.

김원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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