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브리스톨 호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가면 가장 유명한 거리의 하나인 '노베 쉬비아트(Nowy Swiat)'에 멋지게 잘 지어진 '브리스톨 호텔'을 볼수가 있다.

주로 외국의 국빈들이 머무는 최일류급의 호텔인데 이 호텔의 역사를 살펴보면 실로 이들이 훌륭한 문화적인 정서를 가진 민족이라는 점을 느낄수가 있다.

1918년에 폴란드는 123년 동안의 러시아, 프러시아, 오스트리아라는 주변 3대 강국의 분할 통치를받다가 국가의 주권을 회복하였다.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때 선출된 초대 대통령이 바로 그유명한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파데레브스키(I. J. Paderewski)대통령이었다. 이러한사실은 우리 국민들의 정치적인 정서로서는 아마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음악가가 대통령이 될수있다는 사실이….

그는 이전부터 국가의 독립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음악회와 함께 정치적으로 활동하였고 대통령이라는 직분에 있으면서도 문화외교, 즉 다른 국가들을 순방시 피아노 독주회를 곁들이면서외교활동을 펼쳐나갔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상상해보라. '일국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순방하면서 유명한 콘서트 홀에서 독주회를 가진다?…'

그후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국으로 건너가서 나치의 침략을 전세계에 호소하였으며 문화외교로 다져온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모국의 어려움을 간청하기도 하였다.그는 대통령직을 그만둘때 집안대대로 내려온 많은 재산을 국가에 헌납했다. 그가 죽은후 마지막재산의 하나인 이 브리스톨호텔도 후손이 몇해전에 국가에 헌납함으로써 선조의 유지를 받들었다. 요즘같은 물질만능시대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크게 보도된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이 몇천억원씩이라는 보도에는 그저 마음이 씁쓸할 뿐이다.

〈계명대 음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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