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가족 대모 김경희씨의 이웃사랑

'죽지나 않았을까, 혹시 죽었으면 딸린 가족들은 누가 돌보나'

교통사고 유가족의 대모로 불리는 김경희씨(41·여·대구시 남구 대명9동). 김씨는 도로변에 처참하게 찌그러진 차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온다. 희생자 가족들이 받게될 상처 때문이다.

3년전 별뜻 없이 맡은 '대구시 교통안전어머니회' 회장직. 하지만 김씨는 이곳에서 우리사회에 또다른 그늘을 발견했다.

부모의 사고로 졸지에 고아가 된 아이들이 많을 뿐 아니라 이들 대다수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되고 있었던 것.

"뺑소니 사고로 부모가 죽은뒤 보상금 한푼 못받고 어렵게 살거나 사고 후유증으로 가정이 깨지면서 상처를 입는 아이를 볼때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우선 주머니를 털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9명의 아이들에게 한 달에 1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하고 틈틈이 과자며 쌀을 들고 갔다.

돈을 더 마련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일일 찻집이며 바자회를 열기도 하고 아는 이들을 찾아다니며 후원금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만은 되지 않았다.

"중학교에 다니는 한 아이는 결국 비뚤어져 학교를 그만두더군요. 남들처럼 부모사랑을 받지 못하는데다 가정형편까지 어려우니 아이가 견디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희가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표시죠"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현재 돕고 있는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책임진다는 것이 김씨의목표. 그 많은 교통범칙금과 자동차보험료는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는 김씨는 사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매년 늘어만가는 교통사고 유자녀들이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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