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조계종 사태 화해로 종식을

조계종이 둘로 갈라져 총무원을 폭력으로 점거하고 밀려난 세력들이 이와 맞서 대치한지 40일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태가 진정되기는 커녕 교구본사로까지 확산되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달 11일 이후 총무원 청사를 점거한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들은 21일 조계종 제9교구본사인 동화사를 전격적으로 점거, 기존 동화사측 승려들과 극한 대립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또한 조계종 총무원에는 23일 새벽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경찰 공권력이 투입,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들과 마찰을 빚는 불행한 사태를 불러왔다.

이번 동화사 사태로 '정화개혁회의'측과 밀려난 '수호대책위'측은 각기 정통성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냈다. '수호대책위'는 또 22일 대구지법에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대구지검에 불법점거를 고발했으며, 경찰이 물리적 충돌 등 만약의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불교계도 양분된 채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짙게 한 이번 동화사 사태는 직선에 의해뽑힌 교구 본사 주지가 종정의 교시에 따라 해임되는 등 종헌 질서가 와해되는 현상마저 빚어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호국의 전통을 지닌 조계종이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중생구제의 길보다는 종권다툼으로 치닫는 모습은 속사정이야 어떻든 딱하기 짝이 없다. 속세의 욕망을 초월해야 할승려들의 이같은 패싸움은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과 허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양측은 더이상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조속히 순리로 문제를 푸는 슬기와 아량을 보여주기 바란다. 갈등으로 깊어진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야 하며, 전국의 신도들이 안심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불교는 초탈을 통해 인간을 좀더 자유롭게 하는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난국으로 어려움을겪고 있는 사람들의 공허한 내면세계를 채워주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한국불교는 역사적으로도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고, 민족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해오지 않았던가.

세기말의 혼란을 잠재우고, 고통스러운 시대를 어루만져주는 일은 종교계가 맡아야 할 중대책무라고 할 수 있다. 세속의 가치체계마저 뒤흔드는 조계종 사태는 이제 한시라도 빨리 종식돼야 한다. 조계종의 종권다툼을 하고 있는 승려들은 이제 무소유와 대자대비의 출가 정신으로되돌아가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고, 마찰과 대립을 자율적으로 극복함으로써 '정상'이 되찾아지기를 촉구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