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의 참 명인(名人)은 가마에서 구워낸 작품이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으 면 여지없이 깨뜨려 버린다. 문외한이 보기엔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는 도자 기라 해도 눈하나 깜짝않고 산산조각을 낸다.
그것은 겸손이라기보다는 명인 만이 갖는 혼과 자긍심, 그리고 설익은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내놓기를 거 부하는 장인정신이라 봐야 한다. 설익은 작품을 불쑥 내놓고 내 이름으로 된 작품이니 빼어난 작품으로 인정하라고 한다면 그는 혼이 사라진 '쟁이'에 지 나지 않는다.
지난주 감사원이 발표한 포항제철 특별감사의'작품'을 보면 평소 사정과 감사의 명장(名匠)임을 자처해 온 감사원의 감사결과 치고는 아무리 봐도 가 마앞에서 곧장 깨뜨려 버렸어야 했을 태작(馬太作)이었다는 생각을 갖게된 다.
쉽게 말해서 감사원의 이름을 내걸기엔 밝혀낸 내용들이 프로의 작품답 지 못했다는 얘기다. 자질구레한 군더더기 감사실적 조각들이 없진 않았지만 혼이 담긴 명인의 작품으로 봐주기에는 좀 뭣하다는 느낌이다.
감사원의 수 준이 의심된다는 것이 아니라 새정부 들어서자마자 무려 8개월 가까이 끈질 기게 물고 늘어진 특별감사에서 겨우 끄집어 낸 작품의 핵심이 '금품수수 못 밝혀냄', '정치자금 유입 못 밝혀냄', '김현철씨 개입 못 밝혀냄'이었다. 코끼리를 그리겠다고 해놓고 코빼고 귀빼고 다리빼고 그린 뒤에 '이게 코 끼리다'하고 내놓은거나 크게 다를 것 없다. 감사원측은 지적사항을 많이 적 발했다고는 하지만 꼬리, 발톱, 눈같은 지엽적인 거야 아무리 상세하게 많이 그려 넣었다 해도 사람들은 그게 코끼리 그림이라고는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다.
그거 당나귀 아니냐 라거나 하마같군하며 비아냥 대기가 더 쉬운 것이 다. 이번 포철감사를 놓고 짜깁기식 표적감사니 반쪽감사니 하는 언론의 의 심에 찬 비판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그런 맥락으로 봐야한다. 감사원의 권위 와 신뢰는 오랜 세월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지지토대를 쌓아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포철특감에서는 언론들의 표현처럼 '석연찮은 감사'로 비쳐져 버렸다. 명인의 혼과 명예에 흠집이 난 셈이다. 국민들은 그런 미숙한 장인 의 서투름을 국민정부가 들어서고부터 계속된 사정과 수사, 감사에서 잇달아 보아오고 있다.
수사, 감사분야의 명인들로 자부하는 CIA나 검찰·감사원 등 이 각자의 가마속에서 구워낸 최근 몇몇 작품들 중에서는 설익은 채로 대충 대충 서둘러 내놓았다가 졸작으로 평가받거나 정치적 작품으로 오해받은 경 우가 잦았다.
차라리 깨뜨려 버리겠다는 명인의 직업정신보다는 언제까지 어 떤 모양으로 구워내라는 '주문'에만 눈치보고 매달려 대충 구워내기에 바쁜 모습을 보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남긴 것이다. 총풍수사가 고문설이란 반 발에 부딪힌 것이나 이번 포철감사가 표적수사란 반발을 사고 있는 거나 보 는 사람마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명품으로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수작을 내놓지 못한 경우들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개혁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지난날의 사정이 불가피하 고 눈앞의 광맥을 두고도 곡괭이를 뒤쪽으로 돌려 과거를 캐내야 하는 정치 적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대중을 너무 오래 긴장시키고 과거캐기에 집 착된 분위기에 오래 담가두면 저항과 거부감을 갖는 법이다. 아직도 꼭 필요 한 사정구석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하되 프로답게 똑 부러지게 캐낼 자신이 있을 때만 하라는 거다.
코도 귀도 다리도 없는 코끼리 그림을 그려 놓고 코끼리라고 우기려 든다는 반발과 의심을 사는 설익은 사정이나 수사, 감사는 국민들에게 사정에서 얻는 개혁이득보다 더 큰 상실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위에서 아무리 추상같이 주문해도 제대로 잘 안구 워졌다 싶으면 과감히 깨뜨려버리는 프로정신이 아쉬운 사정 기관의 모습이 다.
金 廷 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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