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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밀가루와 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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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구르는 돌멩이 하나에도, 들판에 피어나는 풀꽃 하나에도, 신의 은총은 깃들언 있다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은 다 쓸모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 쓸모가 목적을 벗어난 쓰임일 때, 화는 운명처럼 따르기 마련이다. 신은 인간의 가슴에 뿌리를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목적을 벗어난 쓰임으로 화를 부른다. 생활보호대상자를 위한 돈이 그랜저를모는 부자에게 쓰이는 경우가 그렇고, 자식의 손가락을 자르기 위해 칼을 든 아버지가 그렇고, 백회와 밀가루가 또한 그렇다.

얼마 전이었다. 친구와 테니스를 하려는데 백회가 없었다. 백회를 파는 곳이 너무 멀었다. 나는만원 짜리 한 장을 아들에게 내밀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돈을 받아드는 아들의 얼굴은 밝은 미소로 가득했다.

택시비와 백회값을 제하면 남을 돈도 없을 텐데 이상했다. 그러나 그 수수께끼는 금방풀렸다. 아들은 금방 슈퍼에서 밀가루 봉지 하나를 들고 왔다. 친구는 반짝이는 아들의 재치에 박수를 보냈지만, 내 마음은 목적을 벗어난 쓰임으로 평온을 잃었다.

그날 오후 집에 갔더니 어머니의 역정이 대단했다. 천벌을 받기 전에 당장 뿌린 밀가루를 거두어오란다. 짐승 먹이고 시골에 갖다준다는 것이다.

듣고 있던 아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릿고개를 모르는 신세대로서는 아무리 빠른 두뇌회전으로도 계산이 안되는 모양이다.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며 다시 운동장으로 향했다. 그런 내 머리속에 살아있는 병아리를퇴비용으로 가마니에 담는 빛바랜 영상이 떠올랐다.

목적을 벗어난 그 행위나 밀가루를 땅에 뿌린 행위를 동등한 천벌로 수용한 것이다. 어머니의 가슴속에서 믿음 처럼 굳어진 이런 가치관을 내 아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김상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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