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희교수=대구가 과연 문화도시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지난날의 대구는 충분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었다.
미술만 하더라도 30~40년대에 이미 대구는 신미술운동의 요람이 됐고 60~70년대때는 한국 현대미술을 주도했다. 그러나 80년대이후 우리사회 전체가 민주화로 나아갈때 대구는 유독 보수로 치달으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갑작스런 물질만능풍조가 겹쳐 문화의 향유보다는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쪽으로 기울게됐다. 아름다운 문화전통을 지금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중우교수=대구는 경주의 불교문화와 안동의 유교문화, 고령의 가야문화 등 3줄기의 문화전통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문화 인프라가 엄청난 지역이다. 하지만 특히 제3공화국때부터 정치지향적으로 흐르면서 문제가생겼다. 대구는 음악, 미술, 문학, 사진 등에서 그야말로 쟁쟁한 예술가들을 놀라울 만큼 많이 배출해낸 지역이다.
그때는 대구가 한국문화의 메카였다. 그러나 수십년간 정치지향으로 흐르다보니 어느새 대구에문화가 있느냐 없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게된 것같다.
▲박교수=일반시민과 행정가, 예술가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옛명성을 되찾아야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대구는 영혼이 소멸된 삭막한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
▲정지창교수=문화란 한사회의 총체적인 역량이라고 본다.
대구가 문화도시인가 하는 문제는 곧 대구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고 전진할 수 있는 도시인가하는 문제에서 시작된다. 원래 대구는 문화자산이 풍부한 도시인데 그동안 너무 정치일변도로 흐르다보니 그것 다 놓쳐버리고 이제 뒤늦게 따라가려니 힘에 부친다.
광주는 정치적으로 힘이 없는 도시였으나 저변의 문화적 역량을 키워왔고 그것이 광주비엔날레의토양이 됐다.
반면 대구는 문화를 소홀히 해왔다. 문화인프라는 쉽게 구축이 안된다. 좀 느리고 더디지만 저변의 문화토양을 가꾸는 것이 궁극적으로 대구의 문화적 위상을 되찾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교수=뭔가 과시하기 위한 전시 일변도의 문화, 장터같은 문화는 문제가 있다. 대구에도 대학마다 박물관이 있고 국립박물관이니 문예회관 등 문화공간이 적지않다. 문제는 이들 문화공간을어떻게 문화상품으로 연계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행정적인 관심과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할 것이다.
▲정교수=문시장 문화시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시의 정책결정과정에서 문화적 요인이 어느정도 지표로 작용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시의 국·실장회의때 문화체육국장이 제시하는 의견을 중심으로 논의되는지 궁금하다. 그렇게될때 대구가 진정한 문화도시로서의 가능성을 갖게될 것이다.
▲이진근국장=문화관련 행정조직이 90년 이전만해도 계(係) 하나뿐이던 것이 90년도에 과로 바뀌고 지방자치가 되면서 국으로 승격됐다. 문화가 지역행정, 경제에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는것을 요즘 크게 실감한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근간이 패션이며 패션의 기본은 미술, 디자인이다. 이젠 경제도 문화에 기반을두지 않고는 안된다.
밀라노가 20년전만해도 파리나 런던 등지의 하청업체였으나 지금은 앞서가고 있는데 밀라노의 문화적 기반이 바로 그 이유이다. 대구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문화의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공원 건조물 등을 논의하는 회의에서는 반드시 예술가를 자문위원으로 참석케한다.
▲정교수=로마 같은데선 지하철 건설때 유적때문에 노선을 바꾸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구는아직 그렇지는 못한 것같다.
▲이국장=요즘은 시택지개발때 문화유적이 있으면 상당한 경제적 문제가 있더라도 유적발굴에 신경을 쓴다. 공단개발 같은 때도 사전에 지표조사를 한다.
▲정교수=시지지구에 선사시대 생활주거지가 발견됐을때 문화적 가치가 상당함에도 개발논리와보존가치가 충돌하는 바람에 지하매장 상태로 아파트를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는 좀더적극적으로 문화자원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이런 유적지를 공원화하여 문화유산으로 활용하면 장기적으로는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효과가 클 것이다.
▲박교수=예술가의 생가같은 것도 얼마든지 문화자원화 할 수 있다. 대구가 낳은 훌륭한 예술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프랑스에선 많은 예술가들의 생가가 미술관이 돼있는데 사실 별것 아닌데도훌륭한 관광자원이 돼있다.
밀라노도 르네상스의 중심지로서 문화의 잠재력이 있기때문에 오늘의 밀라노가 가능한 것이다.대구도 그런점에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교수=요즘 젊은 세대들은 대구가 답답하다고 말한다. 총체적인 문화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젠 대구에서도 예술가들이 뭔가 창의적으로 문화적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교수=대구는 분지속의 환상(環狀)도시라 답답한 느낌을 준다. 뭔가 뚫어줘야 하는데 도시행정적으로도 이걸 막고 있다.
신천만 해도 용두방천부터 수림대를 조성해 나무와 물이 있도록 하면 심리적으로도 시원한 느낌이 들텐데 신천대로니 동안도로니 길만 자꾸 만든다.
▲정교수=프라하 몰다우강에도 도로가 있지만 산책로나 카페, 선착장같은 것도 있어 휴식공간역할을 한다.
대구 도시개발의 문제점은 교통편리에만 집착해 무조건 복개하고 도로를 넓히면서 시민접근을 차단해버리는데 있다. 분지도시의 폐쇄성을 고려해 시민들이 숨쉴 수 있도록 녹지대가 많아져야 할것이다.
▲박교수=예산 및 정책지원 등 행정적 지원이 문화예술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큼에도 현재 대구시에 문예회관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문화공간이 없는게 현실이다.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좌우하는것은 일차적으로는 문화공간이다.
그만큼 문화공간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매우 높고 크다. 최근의 경제위기로 새로운 문화공간확충에 차질이 많아 걱정이 앞선다.
▲이국장=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부족한게 대구시의 현실이다. 이를 감안, 현재 시에서는 의욕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먼저 97년 착공한 두류공원 야외공연장이 오는 9월 완공된다.
구 제일모직부지에 들어설 오페라하우스는 현재 설계단계로 빠르면 2002년 상반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또 500억원의 예산으로 대구대공원내 건립계획중인 시립미술관도 조만간 추진기획단을 구성, 2월중 기본설계를 마치고 내년에 실시설계에 들어간다. 시립미술관은 부지 2만평에 연건평 5천~7천평 규모로 미술관주변 12만평은 문화지구로 조성할 방침이다.
▲박교수=시민들의 문화마인드를 높이는데 있어 단순히 문화공간 확충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시에서도 이들 공간에 대한 기존의 유지, 보수, 관리차원에서 탈피해 민간위탁경영등획기적인 운영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국장=여성문화회관, 구민회관, 청소년수련관등 시 산하사업소를 민간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기는 민간위탁경영이 최근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멀지않아 각급 문화공간도 위탁경영이 가시화될것으로 본다. 닫힌 학교(폐교)활용방안도 검토중이다. 현재 가창 정대분교에 대한 활용계획을 추진중이다. 국비, 시비 2억원과 미술인들의 모금을 통해 단순히 창작스튜디오의 기능에서 벗어나시민예술체험의 장으로, 관광지로 키워나갈 것이다.
▲이교수=시민 문화마인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문화공간과 구단위 문화공간, 동 단위 문화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정책마련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선단체장 임기내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단기정책(Short Policy)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체계적인 정책개발을 해야한다. 문화관련 예산비율도 높여야 한다.
▲이국장=올해 대구시 전체 일반회계 예산이 5.1% 감소한데 반해 문화부문예산은 지난해에 비해1.6%정도 늘었다. 대구시 예산 1조3천400억원중 문화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0억원으로 1.5%에
▲정교수=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공연, 전시행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많다. 이 때문에 대구의 청소년들은 문화현장 접촉기회 부족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비록 몇몇 동호인들이 모여 이뤄내는 소수문화라도 적극 수용하고 지원해야한다. 그동안 대구시의 문화정책방향이나 예산지원이 특정장르나 집단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높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의 공정한 예산지원과 엄정한 사후평가가 뒤따라야한다.
▲이교수=평가 및 평론문화 정착은 중요한 문제다. 대구시가 문화예술정책방향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적절한 발전방안을 제시, 문화예술단체들을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했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미흡해 책임이 크다.
▲정교수=문화정책이 고급예술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전통문화예술과 가요·영상·만화등 대중예술에도 정책적으로 지원, 문화예술이 시민과 유리되는 현상을 막아야한다. 고급예술의 대중화와 대중예술의 보편화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밀라노 프로젝트가 중요한 사안이지만 문화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특화된 정책과 전문적 진단이 시급하다.
▲이교수=대구문화의 미래는 전통과 현대라는 양쪽의 장점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의 테마축제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대구도 달구벌축제와 섬유축제의 결합 등 현대도시의 이미지에 걸맞은 대구다운 축제를 통해 문화예술과 경제발전의 활로를 모색해야한다.
▲박교수=문화도 정보화시대다. 산업사회 마인드에서 전환, 적은 예산이지만효율적으로 운영할 수있는 정보화된 문화프로그램에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이 뒤따라야한다. 대구의 각 문화공간도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사이버비엔날레등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정교수=신세대의 감각에 맞는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정책개발도 중요한 문화인프라다. 각종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정보수집을 통해 문화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할 시점이다.
특히 지역에 뿌리를 둔 다양한 문화정보자료 수집을 통한 문화상품 개발등에 21세기 대구문화의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 대구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종합적 접근과 행정당국의 문화예술정책 개발 및 지원육성여하에 따라 문화도시 대구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본다.
〈정리=全敬玉·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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