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영화 어제와 오늘-(17)호스티스 영화

60년대 황금기를 구가하던 한국영화계는 70년대 접어들어 활력을 잃고 만다. 텔레비전의 전국적인 보급과 석유파동으로 인한 세계적 불황, 유신정부의 검열을 통한 표현의 제한 등이 그 이유였다.

이처럼 침체된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호스티스'와 '창녀'를 다룬 영화들이었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싹튼 육체적인 소비향락풍조와 여성의 상품화현상 등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영화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경아'의 신화를 낳은 '별들의 고향'은 첫 신호탄이었다. 한국영화의 대표적 감독인 이장호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으로 74년 개봉 당시 서울에서만 46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사상 최고 기록을세웠다.

'별들의 고향'은 '자유부인'이래 신문소설로 최대 관심을 모았고 이후 출판돼 1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인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경아라는 티없이 맑고 청순한 처녀가 첫사랑에실패하고 호스티스로 전락, 비정한 사회와 인간의 배신에 허덕이다 결국 알코올중독자로 자살하고 만다는 통속적인 내용이었다.

특히 신성일, 백일섭 등과 호흡을 맞춘 여배우 안인숙의 경아역은 유흥업계 여성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같은 영화의 인기는 78년 청순한 모습의 장미희가 "내 입술은 작은 술잔이에요"라고쓴 포스터에 등장, 눈길을 끈 '속 별들의 고향'(하길종 감독)으로 이어졌고, 81년 유지인 주연의 '별들의 고향 3부'(이경태 감독)가 발표됐다.

75년 개봉된 '영자의 전성시대'는 어두운 밑바닥 인생을 사는 윤락녀 영자의 인생유전을 그려 흥행에 큰 성공을 거뒀다. 조선작의 원작을 김승옥이 각색하고 '환녀'로 데뷔한 김호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우리 사회의 치부를 군더더기없이 드러내보이는 독특한 리얼리즘으로 유사한 창녀영화의 효시가 됐다.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식모가 된 영자. 월남으로 떠난 창수를 기다리다 주인집 아들에게 몸을뺏기고 여직공, 버스안내양에 이어 결국 사창굴의 창녀가 되는 가련한 여인. 창수역을 맡은 송재호와 콤비를 이룬 염복순의 타고난 미모와 연기력은 영자라는 창녀의 한 전형을 그리는데 성공했다.

화려한(?) 전성시대를 접고 다리가 불구인 남자를 만나 가정이라는 결실을 이룬 영자가 한쪽 팔을 잃은채 빨래를 널고 어린 아이를 안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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