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큰 정치로 경색정국 풀어야

정치권이 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통상 역대정권들의 임기말에나 볼 수 있었던 이러한 분위기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과 우려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며 대여투쟁을 벌이는 야당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현 여권이 과거 정권들이 해오던 통치방식보다는 한차원 더 높은 큰 정치로 정국을 정상화시켜줄 것을 다음과 같이 권하고 싶다.

지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민심 이반은 편중인사에서 발단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정권도인사문제를 줄곧 단순 수치로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며 편중인사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그러나 현정부 들어 검찰, 경찰, 정보원 등 이른바 권력핵심기관의 요직에 호남인맥이 대거 등장하면서부터 지역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호남사람들이 이 정부 아래서 오히려 홀대받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정도의 과감한 인사상의 발상전환을 시도해 볼 필요성은 없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민심은 저절로 현정부편이 되고, 민심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정부는 개혁을 비롯한 더 큰일을 힘차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정치사를 되돌아보건대 야당은 탄압을 받으면서 커왔다. 우리는 과거 정권이 야당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국정의 난맥상을 초래한 역사적 경험을 잘 알고 있다. 이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그 정권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안겨 준 것도 사실이다.

야당을 궁지로 몰아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보다는 야당에게 믿음을 주면서 진정한 대화파트너로 대해줄 때 야당의 대정부 투쟁 명분은 약화되고 민심도 제자리를 찾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정치 보복적 편파사정 문제도 과거 들추기식 사정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개혁으로 전환시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줄일 수 있는 동시에 정국안정에도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경제청문회도 원론적으로는 찬성이지만 결과로 보면 여당과 정국안정에 별 도움이 안된 것같다. 지난 정부가 IMF 환란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한 것 외에 크게 새로운 사실은 찾지 못했다. 오히려 증인들에게 변명의 기회만 주고 전직 대통령이 정치보복이라고 강하게반발하면서 정국을 더욱 꼬이게 했다.

민심은 보이지도 않고 잘 잡히지도 않는 조그만 일에도 틀어지는 묘한 것이다. 다행히 현 정부와여당이 지역민심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다행이다.

그러나 지역민심 이반을 유언비어로 호도하면서 야당에게만 책임을 미룬다든지, 국무총리나 여권고위인사들의 형식적인 민심 달래기 지역방문 등은 민심악화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승리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현 정부 여당이 아직도 지난 대선에서의승리에 자만해서 민심을 얻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보다는 과거 정권들처럼 권력재창출에 집착한나머지 계속해서 편중인사, 무리한 정계개편, 야당 몰아붙이기 등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된다.그렇게 해온 역대정권들이 역사에 남긴 것이라곤 아주 보잘것없다.

권력은 잠시 왔다가 가는 것인데도, 권력을 잡은 사람은 그것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현집권 세력은 그렇지 않길 바란다.

과거정권들이 늘 해오던 공작적 차원의 편협한 정치가 아닌 21세기를 내다보는 큰 정치를 현 정부여당이 얼마나 빨리 실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정국과 민심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다.현 경색 정국에 야당도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권력을 잡은 편이 더 많이 베풀고 양보하는 것이정치의 미덕이고 순리라고 국민들이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윤해수(명지대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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