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최고 학년에 속하는 7~8학년 학생들이 받는 예술과정 수업을 둘러보자. 같은 학년, 같은 과목이라도 선택에 따라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수업의 종류는 다양했다.
음악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8학년(우리의 중학교 2학년에 해당) 교실.
교사를 중심으로 둘러선 15명의 학생들이 눈을 감은 채 교사가 내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교사가 손·발로 내는 소리를 목소리로 따라하는 과정이다. 5분쯤 계속된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리듬감을 익히게 된다고 알랜 스니드교사는 설명한다.
다음 순서는 교사가 피아노를 치는 데 따라 학생들이 음을 소리내는 것. 말할 것도 없이 음정 배우기다.
피아노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 다음다음 과정으로 돼있다.
또 다른 음악수업은 같은 8학년 과정인데도 판이하게 진행됐다.
강당에 모인 14명의 학생은 작은 관현악단을 구성한 채 나름대로 화음을 맞추는 데 열중해 있었다. 말하자면 밴드부인데 다음달에 가두행진 행사가 있어 맹훈련중이라고 했다.
같은 학년인데도 스니드교사가 진행하는 반과는 다르게 본격적인 악기연주로 바로 들어가는 식이었다.
이 관현악단의 총 인원은 30명이 넘는다고 한다. 7학년 학생이 20명쯤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8학년 수업이어서 오지 않았다.
8학년 미술수업 역시 가르치는 교사와 모인 학생에 따라 내용이 서로 달랐다.
8명이 모인 한 교실에는 과학과 미술을 접목한 미술수업이 한창이었다.
과제는 '동물 그리기'. 그런데 지금 세상에 있는 동물을 그대로 본따 그리는 게 아니다. 지구상 동물에게서 형태나 크기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동물을 창조해내야 한다.
레즐리 코로나교사는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발간한 동물도감을 참고서로 내놓았다.
13세의 윌리엄 발레돈군이 그린 것은 말과 비슷한 일각수이다. 상상 속의 동물인 일각수가 하늘을 나는 것을 그려놓았는데 제목을 '나는 말, 독키(docky)'로 붙여놓았다. 아마 당나귀라는 뜻의 영어 단어 '동키(donkey)'를 살짝 바꾼 것 같았다."새로운 동물을 창조해내되 과학적으로 근거있는 창조라야 됩니다. 몸짓은 코끼리처럼 큰데 다리는 개미 다리라면 곤란하죠. 만일 어떤 학생이 꼭 그런 동물을 창조하겠다고 우긴다면 저는 동물도감 등을 통해 그 근거를 제시하라고 하지요"
코로나교사는 미술수업이긴 하지만 이와 함께 생물학적 지식도 같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마르타 새비지교사가 주재하는 미술수업은 비교적 전형적이었다. 8명의 8학년 학생들은 거울을 하나씩 앞에 놓고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다.
8학년 무용수업.
14명 학생이 배우는 심화과정인데 평가항목을 보면 이 수업이 지향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동작의 정확도와 창의성에 배점이 많고 수업 준비정도, 태도, 협력성도 주요 항목이다.
이에 반해 남학생 3명과 여학생 6명으로 구성된 7학년의 한 무용수업은 또 달랐다근대무용을 배우고 있었는데 내내 음악에 맞춰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반 수업에는 다소 규율적이고 학습적인 요소가 많음을 알 수 있다.
7학년 발레 수업.
심화과정인데 남학생 1명이 끼인 13명 학생들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반에는 앞서 7학년 수업이 기본을 중시하는 모습과는 달리 기법을 더 강조하는 형태였다. 구체적인 기술과 동작을 가르치는 게 주요 목표였다.
교사는 "이 반 학생들은 6학년때 발레 기본과정을 이수하고 올라온 이들"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브람스에선 1교시 수업이 오전 9시20분 시작돼 오후2시56분 12교시까지 계속된다. 1교시 수업이 24분씩, 쉬는 시간 4분씩 진행된다는 계산인데 최대한 다양한 수업을 받게하기 위한 배려로 보였다.
----미술·연극 결합 바나나 수업
지난 회에 쓴 로슨교사의 '나는 엔진' 수업은 사실 로슨교사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뉴헤이번시 예술학습 길잡이 기획단이 만든 '바나나… 55개 과정'이란 소책자에 소개된 학습과정의 하나다.
'바나나…'는 이 기획단이 교사·예술가 16명과 15개 학교 5~8학년 학생 230명을 동원해 학습과정 발굴실습을 거듭한 끝에 얻은 결과물. 초판은 80년 나왔다.
음악, 미술, 연기, 작문 등 4개 과목을 익힐 수 있는 55개 과정이 초·중·고급 등 3개 난이도 별로 정리돼 있다.
음악에 속하는 과정이 4개이고 그외에 미술 7, 연기 20, 작문 2개 과정 등이며 나머지 22개 과정은 2~4개 과목이 통합된 것이다.
난이도 별로는 초급 17, 중급 30, 고급 8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하나인 '바나나' 과정.
준비물은 학생 1인당 바나나 1개와 매직펜, 옷감천 등. 소요시간은 1시간이므로 두세 교시에 걸쳐 진행된다. 학습목표는 일상적인 물품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표현하기.
이 과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진다.
우선 학생들은 펜, 천, 기타 소품을 이용해 바나나로 인형을 만든다. 사람, 동물은 물론 기계 같은 무생물로 만드는 것도 관계없다.
다음 4~6명의 학생들이 조를 짠 뒤 각자 만든 바나나 인형을 이용해 꼭두각시 연극을 구성해본다. 모두 모여 한 조씩 연극을 공연하고 서로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그 다음이다.
'바나나'는 미술과 연기과목을 배울 수 있는 난이도 중급 과정인 셈이다.
교사는 학생들 수준과 시간 등을 고려해 55개 과정중 그날그날 적당한 것을 하나 선택하면 된다.
"일종의 놀이입니다. 노래하고 춤추는 놀이, 무엇을 만들거나 그리는 놀이, 글을 짓는 놀이를 통해 배우자는 것이지요"
직접 이 책자를 만드는 데 참여했던 이 학교 샤린 에스데일교사는 이 과정의 목표는 협력, 집중, 상상, 환경친화라고 설명했다.
놀이를 통해 서로 얼굴을 익히고(협력), 이수해야 할 학습과정을 익히며(집중), 감정표현법을 배우고(상상), 나와 주변 그리고 세상을 익히게(환경친화) 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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