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호떡집…' 관가

로비란 말의 원뜻은 호텔이나 극장 등의 현관, 넓은 홀을 의미한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나중 의회에서 의원들이 원외인사들과 만나는 회견실을 지칭하기도 했다.

행정부의 최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개인 또는 이익단체가 벌이는 각종 활동이 그 사전적 의미다. 우리사회엔 이 말이 너무나 보편화된 탓인지 로비란 외래어에 꺾쇠표도 붙이지 않을 지경이 됐다.

날치기든 강행처리든 그 과정을 새삼 거론하기도 낯뜨겁지만 아무튼 시원치 못한 형식요건을 거친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자 정부 직제개편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자치부는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난' 격이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가 "타 부처와 정치권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이라니 번번이 대답은 어떻게 하며 이 북새통에 또 일은 어느 세월에 하는지 모를 일이다.

무려 1만5천여명의 공무원이 퇴출돼야 할 판이니 전화내용인들 고상할 리 없다. 그러나 벌써 수차에 걸친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으로 길거리에 나앉은 가장들의 입장에선 이 모두가 집단이기주의 이상으로 비쳐지기 어렵다.

'콩나물 시루에서도 누워 커는 것'이 있다지만 이 북새통에서도 총리비서실은 공보비서관(1급)이 신설돼 현정원 70명에서 차관급 1명, 1급 3명 등 총 80여명으로 거꾸로 확대될 모양이니 입맛이 개운치가 못하다.

또 한편으로는 준행정조직 성격의 갖가지 위원회가 잇따라 생긴다니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양산되는 상황은 불문가지(不問可知). 현재 있는 대통령자문기구 말고도 6월말쯤에는 부패방지정책추진위원회 등 각종 행정위원회가 신설된다는 보도다.

부패방지위원회는 20인 이내의 중앙위 및 실무위, 사무국, 합동점검단에 지방조직까지 갖는 방대한 규모가 될 모양이다.

이들이 사실상 행정조직화되는 것은 과거의 예로 봐 뻔한 일. 정부의 구조조정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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