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지금은 5월 중순. 때이른 신록은 흐드러지게 우거졌지만 저희들 가슴에는 어찌 이렇게 찬 바람만 부는지요.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조차 밟아서는 안된다고 했건만 그림자는커녕 스승을 폭행하고 짓밟는 이 교육계풍토에서 선생님은 정녕 어떻게 버티시렵니까
얼마전 한 모임에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교단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하시며 쓸쓸히 돌아서시던 선생님 모습이 송곳처럼 가슴에 투영되어 옵니다.
이제 나흘후면 스승의 날. 언론마다 '교권을 지켜야 한다', '학교를 살려야 한다'며 떠들겠지요. 그런데 이 스승의 날 서울 및 부산지역 초등학교는 촌지 시비때문에 교단사상 처음으로 아예 문을 닫기로 했답니다.
◈스승의 날 임시 휴교
선생님! 저는 교육은 첫째는 가정, 둘째는 학교, 셋째는 사회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나 자신 자식에게 전혀 인간다운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오직 대학에만 들어가도록 공부만 강요했으니 할말이 없습니다.
나 스스로 인성교육을 포기해 놓고는 학교교육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선생님! 최근 대구에서, 인천에서 잇따라 꾸지람하는 선생님을 학생이 폭행하는 기막힌 일들이 벌어 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일들이 돌발사건이 아니라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는 시한폭탄이란 사실입니다.
모두가 가정교육을 팽개치고 학교교육에 의존한 탓입니다.
교육부가 개혁을 추진하면서 선생님들을 무능하고 부패한 것같이 몰아세웠습니다. 명예와 자존심 하나로 온갖 어려움을 참아온 선생님들이 아닙니까
그 자존심이 무너지는날 선생님들은 참다못해 교단을 떠나겠다고 무더기로 명퇴신청을 했으며 교육부장관 퇴진운동이란 전대미문의 서명을 벌이셨습니다. 전체교원의 65%나 되는 22만4천명이 동참했습니다.
'촌지교사'운운 하지만 대도시 초등학교나 인기학과 일부교사에 국한되는 일이고 농어촌 벽지에 근무하는 수많은 교사들이 쥐꼬리 봉급까지 쪼개가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것을 왜 몰라 줍니까.
미국은 교육개혁의 최우선 과제를 교원들의 사기 앙양에 두고 있고 일본은 특별법까지 만들어 교사를 특별대우 하는데 우리는 이렇듯 교원 기죽이기를 개혁 과제로 삼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닙니까.
지금은 학교교육이 옛날같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말을 듣지 않고 선생님으로 존경하지 않는데다 정년도 줄고 봉급봉투도 더 얄팍해졌습니다.
◈모두가 교단 떠난다면
그렇다고 모두 떠난다면 교단은 누가 지키고 후세교육은 누가 책임집니까.
일전에 대구시 교육감이 명퇴신청자들에게 교단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눈물겨운 서신을 보냈습니다.
선생님! 온 사회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으니 교육계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제 선생님들도 예전의 선생님일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력을 갖춰야 하며 투철한 교육신념이 요구 되고 있습니다.
◈투철한 교육신념을
바닥까지 떨어진 교권을 바로 세우려면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합니다.
일전 경북 의성에서 폭력서클을 만들어 학교를 공포분위기로 몰아 넣었던 불량학생을 선도하는데 한계를 느낀 교장이 검찰에 고발한 용기를 우리는 본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잘못한 학생에겐 매를 드십시오. 사랑의 매는 나중에 두고 두고 아름다움으로 각인되어 남는 법입니다.
독일 어느 촌부가 비뚤어진 이웃아이를 때렸습니다. 그 부모가 "왜 내 아이를 때리느냐"고 항의하자 "왜 이 아이가 당신 아이냐, 독일의 아이이지…"했다는 얘기를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저는 지금도 믿습니다. 이나라 장래는 선생님들이 최후 보루라는 것을.
그래서 하루 빨리 이 소용돌이 교육풍토에서 바로 서 교단을 지켜 주십시오.
그래야 스승의 날 진심으로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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