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처럼 살아온 아내가 험한 삶을 산 나를 만나 둘이 눕기에도 비좁은 단칸방에서 겨우 밥그릇 몇개로 신혼 살림을 시작했고 솔직히 새것을 구입할 여유가 없어서 종합사회복지관의 아나바다 시장을 찾았다.
흠이 있고 구식이었던 화장대를 아내에게 선물하던 날 아내는 오랜시간을 화장대 앞에 머무르면서 좋아 했고 나 또한 아내가 골라준 뒤축 닳은 2천원짜리 구두를 신고도 어디를 가든지 누구 앞에 서든지 당당할 수 있었다"
지난해 결혼한 시각장애자 이상수(47·안동시 안막동)씨가 촉각을 더듬어 메모지에 적어둔 가슴 져미는 혼수 장만 이야기다. 이런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연 30편을 담은 '아나바다 이야기'가 안동시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춘자수녀) 개관 5주년 기념사업으로 10일 출간됐다.
복지관 아나바다 시장이 열린지는 2년전. 이전에는 알뜰 나눔장터 였다. 무료로 기증 받은 중고 의류,가구, 가전제품이 주거래 품목으로 셔츠 한벌 1천원, 장롱 한짝 2만원 정도.
그간 적립된 수익금은 3천여만원. 이 돈으로 96년부터 결식 중학생 250명에게 도시락을 싸주고, 실직자에게 쉼터를, 거택보호자에겐 출산 및 간병비로 값지게 쓰여지고 있다.
이때문일까, 물품을 기증하는 사람이나 아나바다 시장 자원봉사자들 모두가 자신의 미력이 만들어낸 결실에 스스로 놀라워 한다. 그래서 노트 한쪽에 적어둔 일기들, 여기에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보낸 감사의 편지를 모아 이번에 책으로 엮어낸 것.
책값은 1천원. 복지관은 무료로 배부할 계획도 세웠으나 아나바다 정신에 더욱 충실하고 또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진한 감동의 이야기를 독자들이 커피 값 정도의 돈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쁨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책값을 매겼다고 한다.이관장은 "아나바다 이야기 발간 계기로 나눔과 이웃사랑, 물자 절약 정신이 더욱 확산 되길 소망한다"며 그간 시장운영에 헌신해준 관계자들에게 깊은 사의를 표했다.
〈안동·鄭敬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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