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행청소년 보호센터 급하다

비행 청소년들은 주로 가족의 무관심이나 정신적 압박감 등 비정상적 가정환경으로 인해 범죄의 늪에 빠지게 되며 이들은 보호기관의 허술한 관리로 상당수가 사회복귀에 실패, 보완대책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전교 10위권에 들었던 민수(가명·18·수성구 지산동)는 최근 대구지법 소년부지원으로부터 보호관찰 2년 처분을 받았다. 민수는 지난 4월 친구들과 대구시 동구 신암동 한 담배가게에서 주인 할아버지를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소년분류심사원으로 넘겨졌다. 고교 입학 후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난데다 성적을 우선하는 학교 교육에 회의를 느낀 뒤 범죄의 늪에 빠져들었다.

상호(가명·18·동구 신천동)는 오는 21일 대구지법 소년부지원 심리를 앞두고 있다. 상호는 지난 4월말 아버지가 여자친구와 어울린다는 이유로 꾸짖자 흉기로 아버지를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호는 평소 술주정이 심한 아버지에게 정신적 압박감을 받아 갈등했으며 이전에도 학교폭력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등 다섯번이나 비행을 일삼은 끝에 소년분류심사원 정신감정 결과 '충동조절장애' 판정을 받았다.

비행 청소년들을 다시 거리로 내몰지 않기 위해서는 △비행청소년센터 설립 △보호기관의 프로그램 및 시설 보완 △보호기관과 청소년단체 연계 등이 시급하다.프랑스 등 선진 외국의 경우 이른바 '민간소년원'으로 불리는 비행소년센터를 마련,비행 청소년들이 일정 정도 자유로운 생활공동체를 형성해 취미활동은 물론 직업훈련까지 받아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고 있다.

기존 비행 청소년 보호기관도 인력과 시설을 보강해 체계적인 교화·선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행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과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수용 위주의 시설에서 전문 교화·선도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종합복지관 수준으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YMCA, 흥사단 등 민간 청소년 단체들이 일반 청소년뿐만 아니라 비행 청소년들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행 청소년들의 사회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호기관과 청소년단체들이 상담 및 선도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위탁 선도를 하는 등 서로 긴밀한 협조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문화프로그램, 진료센터, 운동시설, 전문 상담원 등을 갖춘 '비행청소년센터' 마련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金敎榮·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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