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野당 바람 '잠잠'에 초조감

지구당 차원의 조용한 공명선거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6.3선거전략'을 수정했다. 한나라당 신경식사무총장은 21일 "지난 번 총장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은 과열 선거운동을 자제토록 노력한다는 것이었지 중앙당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중앙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법이 허용하는 한 하겠다"며 중앙당 개입을 선언했다.

이에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은 "한나라당이 이회창총재의 공명선거 약속과 총장회담 합의를 뒤집었다"며 비난하고 나섰고 선관위와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등의 시민단체들도 "중앙당이 개입하는 것은 이번 재선거를 혼탁선거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따가운 눈총을 무릅쓰고 '중앙당 총력지원'으로 선회한 것은 이총재가 출전한 6.3재선거가 당초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초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재.보선에 비해 공명선거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선거 분위기가 위축돼 기대했던 야당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권의 역전술에 말렸다는 것이다. 또 여당에 비해 조직과 자금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야당이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것은 잘못된 선거전략이라는 당내 비판도 적지 않았다. 자칫하다가는 '조용한 선거전'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 인천 계양-강화갑 정당연설회에 당 지도부와 수도권 의원들을 대거 투입했다. 송파갑에 출마한 이총재가 찬조유세에 나섰고 권익현.김덕룡.양정규부총재 등을 비롯, 40여명의 의원들 모습이 보였다. 소리나지 않게 송파갑 지역을 방문하며 눈도장을 찍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22일부터는 적극지원 자세로 나섰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중앙당 불개입 준수를 촉구하는 한편 "우리는 중앙당 불개입 원칙을 고수해 나갈 것"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아직까지 여야가 국회의원들을 대거 투입하는 구태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날 총력지원 방침을 밝힌 한나라당이나 여권 모두 중앙당의 사무처 요원들을 대거 투입, 선거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앙당 불개입'을 통한 공명선거는 물건너 간 것 같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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