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국회, 직무유기의 전형

있어도 제구실 못하는 기관·단체로 국회를 따라잡을 곳이 대한민국에는 있을것 같지 않다.

고급 옷뇌물사건에다 3·30 재·보선의 50억 살포 의혹, 또 대검찰청의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 등 나라전체를 들었다 놓는 대형 의혹들이 연일 불거지는데도 국회만은 철저하게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31일, 소집해 놓은 제204회 임시국회가 열흘째 파리만 날리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국회기피 이유란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야당측의 정치공세」를 위해 멍석을 깔아 줄 이유가 없다는 것.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 내건 이유로선 가히 직무유기와 책임회피의 전형으로 삼을만한 일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엔 저마다 소관분야에서 간단치 않은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 의원이 된 후에는 모두들 인간화석이 된 듯한 느낌이다.

법조계·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 실로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떠올리게 한다. 남산골 생원이 망해도 걸음걷는 모양새는 남는다고 했는데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편린조차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마운드에선 투수도 교타자를 만나면 마구 삼진아웃을 꾀하기 보다는 내야땅볼을 유도하는 이른바 「맞춰서 잡는 법」 정도의 지략을 쓴다.

들끓는 민심을 녹여 낼 용광로로서의 국회기능을 모르는지, 외면하는 건지 국민들은 알 재간이 없다. 국회법 46조2항에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당의 원내사령탑은 지금 「자료수집」을 위해 일본에, 국회의장은 주말부터 열흘이 넘는 일정으로 구주(歐洲)견문을 계획하고 있다.

그들이 외유에서 돌아오면 또 무슨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국민앞에 나타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국회를 내팽개치기에는 나라의 현안들이 너무 시급하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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