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억류 민영미씨 가족·이웃 표정-12세 큰아들 두려움속 눈물

"엄마를 빨리 돌려 주세요"

금강산 관광길에 올랐던 민영미(35·여)씨가 북한에 억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1일 밤 민씨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은행2동 삼진빌라 301호 연립주택에는 민씨의 큰 아들 송준영(12)군이 두려움에 흐느끼고 있었다.

민씨의 억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웃들이 송군을 안심시켜며 달랬지만 송군은 고개를 숙인 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건평 18평인 민씨의 집 조그마한 거실에는 '안정과 우정 속에 자란 아이 온세상 사랑이 충만함을 안다'는 내용의 자녀교육용 액자가 붙어있었고, 맞은 편 벽에는 준영, 종훈 두 아들의 아기 때 사진을 비롯, 가족들의 단란했던 모습을 찍은 크고 작은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또 거실 바닥에는 송군이 저녁으로 먹고 있던 빵조각과 음료수병이 남아 있어 송군이 엄마의 억류소식에 얼마나 당황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민씨의 집에는 민씨의 소식 등을 궁금해하는 친척들의 전화가 잇따랐지만 남편 송준기(38)씨는 밤늦게까지 연락이 없었다.

민씨의 집은 3천300만원짜리 전세로 방 2개에 화장실, 부엌이 딸려있는 평범한 집이었지만 이들은 누구못지 않은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웃들은 전했다.민씨는 지난해말부터 동네 통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민씨는 몇 달 전부터 이웃동네 친구들과 금강산 여행을 계획해 그동안 돈을 저축해 왔으며 큰 아들은 학교 수업문제 때문에, 남편은 사업이 바빠 이번 여행에 동행하지 못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충북 청원군 출신인 민씨는 7남 3녀중 일곱째 딸로 지난 95년 5월 이곳으로 이사해 왔으며, 충남 대덕군 출신으로 충남대 공대를 졸업한 남편 송씨는 지난해부터 서울 장안평에서 소규모 남성복 안감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집에 사는 심미숙(32)씨는 "민씨가 1주일전부터 그동안 한푼두푼 저금한 돈으로 아들과 함께 금강산 여행을 간다고 자랑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북한이 민씨와 둘째아들을 빨리 풀어줘 가족이 다시 만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외삼촌 민영욱(45)씨도 이날 밤 늦게 민씨 집에 전화를 걸어와 "텔레비전을 보고 동생 억류사실을 알았다"면서 "대전에 아버지(73)가 살고 계신데 놀라실 것 같아 아직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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