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씨랜드'화재참사-화염속에 핀 스승의 사랑

김영재 마도초교 교사

청소년 수련원 씨랜드(대표 김용세·26·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 화재 현장에 있던 초등학교 교사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제자들을 모두 구해내고 실종됐다.

전교생이 153명인 화성 마도초등학교 5학년 담임 김영재(38)교사.

김교사는 6학년 담임 홍상국(53) 교사와 함께 지난 29일 오후 1시 42명의 학생을 데리고 1박2일 일정으로 씨랜드로 '체험학습 야영수련회'를 떠났다.

지난해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하던 수련회였지만 올해는 학생들에게 경치가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수련회장소를 바꿨다.

여장을 풀고 극기훈련, 장기자랑, 해변축제의 밤, 캠프파이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김교사 등은 밤 10시 30분께부터 수련원 3층에서 학생들과 함께 잠을 청했다.

3시간쯤 지났을 때 이상한 냄새 때문에 잠이 깬 김교사와 홍교사는 '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리자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이미 맞은 편 301호에서는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복도 가운데는 유독가스가 가득찬 상태였다.

두 교사는 곧바로 옷으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연기 속을 헤치며 앞방, 옆방으로 줄달음질쳤다.

방문을 연뒤 발이 닿는대로 아이들의 몸에 발길질을 했고 손에 잡히는대로 끌어당겨 일으켜 세우며 '아래층으로 뛰라'고 외쳤다.

다른 방에서는 이미 '살려주세요'라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정신없이 30여분간 뛰어다니던 홍교사는 초등학생들을 모두 구한 것을 확인한 뒤 건물 밖으로 뛰어나오다 쓰러졌다.

동수원 남양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은 홍교사는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회복할수 있게 됐지만 김교사의 소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김교사를 실종자로 처리하고 3층 306호에서 발견된 어른 시체 중 1구를 김교사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김교사는 지난 87년 광주교대를 졸업한 뒤 수원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올 3월 마도초등학교에 부임했으며 해맑은 웃음과 성실한 생활태도로 학생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고 마도초등학교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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