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수난 자치단체'

자치단체의 수난시대. 왜? 장들이 도청(盜聽)에 시달리고 줄줄이 돈에 연루되고 있기 때문이다. 받았다 안받았다, 정치자금이다 아니다 이런 공박수순은 기본. 그 사이 개혁이다, 성역이 없다, 보복이다, 탄압이다라는 말들이 탁구 공처럼 오고간다. 승패가 분명한데 공만 오간들 무슨 소용. 마침내 법이 등장하고 시합은 막을 내린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잘도 잊어 버린다. 권력은 알고 있다. 왜 사람들이 무엇이든 잘 잊어버리는가를. 경기지사에 이어 인천시장이 사법처리됐고 또다른 광역단체장 한사람이 수사선상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대상이 명쾌하지 않는것은 재미를 더하기 위함일까. 야당이라니 혹시 그 사람? 한나라당이라니 그러면 범위가 더 좁아진다. 강원도 아니면 영남. 전자는 가능성이 별로 없고 그러면. 스무고개랄것도 없다. 열고개도 채 안된다. 설상가상격이다. 자치단체 국장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들 사무실이 줄줄이 털렸다. 현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사로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상징성은 지나칠 수가 없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하자. 그렇지만 까마귀들은 왜 자치단체 고위 공직자 사무실에만 들어갔을까 의구심 정도는 품을만하다. 자치단체가 시작될때는 풀뿌리라고 했다. 희망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남은 것이라고는 자치단체 마다 펑펑 쏟아낸 공약(空約)들 뿐이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외자, 민자유치? 어디 쉬운 일인가. 테크노파크나 산업단지가 단골메뉴였다. 용역비만 날리고 있다. 광역이나 기초 어느것 하나 힘이 없다. 오늘의 자치단체가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 열자(列子)의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물론 수제자격인 양주(楊朱)도 있었다. 해를 놓고 하루중 어느때가 가장 가까운가를 논하는 자리였다. 아침이라고 했다. 아니다. 중천이라고 했다. 한 사나이가 일어섰다. 불이 가까이 있을때가 뜨겁냐 멀리 있을때가 뜨겁냐고 묻는다. 아침해는 분명 중천에 있을때보다 커 보인다. 그렇지만 해가 중천을 지날때가 가장 덥지 않는가. 지금 우리의 자치단체들이 이런 토론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기 때문에 수난의 역사만 만들고 있다. 깊히 짚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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