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재벌개혁' 8.15 구상

"무한경쟁의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의 집단이 아닌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세계 초일류의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김대중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이 내용은 정부의 재벌개혁 최종 지향점이 재벌의 해체임을 보여주고 있다. 즉 재벌체제가 한때는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의 효율적인 파트너로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지난 97년 외환위기에서 드러났듯이 우리경제가 한단계 더 높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 없어져야 할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우리 경제 최대의 문제점인 재벌의 구조개혁 없이는 경제개혁을 완성시킬 수 없다"는 김대통령의 말은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업종전문화, 경영진의 책임 강화 등 기존의 재벌개혁 5대 원칙 이외에 △계열금융사를 통한 금융지배 방지 △순환출자.부당내부거래 억제 △변칙상속 차단 등 3가지 원칙을 추가했다.이는 재벌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는 핵심적인 내부고리를 끊어 경쟁력을 상실한 부실 기업들이 다른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연명함으로써 시장원리를 거스르고 있는 모순을 타파하자는 것이다.

계열금융사를 이용한 금융지배방지는 현재 재벌소속 제2금융권이 재벌의 사금고화 현실을 겨냥하고 있다. 재벌소속 특히 5대 그룹 소속 제2금융권은 IMF체제 이후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용도와 주가상승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소속 금융기관이 금융계를 주도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도 드러났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재벌소속 금융기관의 자기계열 투자한도를 현행 10%에서 한자릿수로 축소하고 동일계열의 개념도 실질적인 지배관계에 있는 관계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투자원칙을 투자자에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공시를 강화함으로써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계열사를 하나로 묶음으로써 재벌구조를 유지토록 하는 A계열사가 B계열사로, B사가 C계열사로, C사가 다시 A사로의 순환출자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금지된 상호출자를 피하면서 계열사를 출자관계로 묶는 변칙적인 수법이다.

이를 막기 위해 계열사간 출자총액한도 제한을 부활하거나 계열사를 몇개의 소그룹으로 나누는 지주회사 도입을 검토중이다.

변칙 상속.증여 차단은 세제개편을 통해 상속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공익법인을 통한 증여세 회피 차단, 과세시효 연장,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 개선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재벌개혁이 정부 복안대로 해체할 수 있느냐다. 삼성차와 대우그룹 구조조정에서 드러나듯 재벌의 버티기가 가시화되고 있는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논리에 정치논리가 개입하게 되면 실질적인 개혁조치의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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