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급 보류 '거짓말' 시사회를 보고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제작사 신씨네)이 정면돌파 방법을 택했다. 17일 '불법적' 시사회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한 것은 등급을 보류시킨 영상물 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와의 타협 가능성이 제로란 점을 부각시킨 강수(强手). "과연 한국의 성인들이 '거짓말'을 소화시키지 못할 정도로 유아적인가" "왜 소수의 문화엘리트가 다수의 볼 권리를 제약하느냐"는 두개의 칼날을 등급위원회에 들이댄 것이다.17일 남산 감독협회 건물에서 열린 시사회 참석자들의 반응도 크게 엇갈렸다. "이 정도야 괜찮은데 뭘!"에서 "포르노야 뭐야?"라는 극언까지 왔다갔다 했다. 시사된 작품은 등급위에 제출된 '한국판'. 러닝타임 1시간 50분 중 절반 이상을 성행위 묘사에 할애하고 있었다.

통상 상반신만 보여주던 한국영화의 섹스신과는 달리 풀숏(전체를 담은 카메라 앵글)으로 잡아, 장감독의 '거침없는' 일면을 보여줬다. 클로즈업만 없을 뿐 행위묘사로 보면 '준 포르노'급. 대사도 육담의 거친 언사들이 그대로 표출됐다.

제작사는 노출되는 '주요부분'만 모자이크 처리했다. 모자이크 작업 분량만 40여분분. 편집을 통해 등급판정을 다시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없는 셈이다. 가학·피학 묘사도 만수위까지 올라 있었다. 한국에 공개되느냐 안되느냐 두가지를 놓고 등급위와 정면 승부할 수밖에 없는 제작사의 결단도 이때문으로 보였다.

그러나 소설에 나타나는 자기모멸과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 세상에 대한 냉소 등이 가볍게 처리된 것은 아쉬운 점. 가학과 피학이란 극단까지 치닫는 두 주인공의 심리적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성에 집착하는 남녀의 '현재'와 '현장'만 나열시키고 있었다. 포르노로 '오인'되는 원인이다.

그러나 '거짓말'은 한국영화의 표현 영역을 무제한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섹스장면만 등장하면 성감만 자극하는 에로 영화로 치부되던 것과 달리, 섹스에 사회성을 부여한 것은 색다른 맛이었다.

극중 제이역은 현재 파리에서 활동 중인 설치미술가 이상현(40)씨가 맡았으며, 여배우는 신세대 패션모델 김태연(22). 대구 관객으로서는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동대구역 주변과 수성못, 대구의 대학, 안동 일대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제작사의 재심 요청이 받아 들여진다면 빠르면 10월경 국내 개봉될 예정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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