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달렸을까.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루할 정도로 오랜 시간 따라가 마침내 도착한 안동시 임동면 지례예술촌.
감춰진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재발견,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문화의 향기나눔회(대표 김태수)가 오는 10월1일부터 열흘간 안동 하회탈박물관에서 선보일 계획인 '새로운 천년-하회와 안동' 판화전 참여작가들의 중간평가회가 26일 이곳의 경북도지정 문화재 지산서당에서 열렸다.
대구·서울·광주·청주 등 전국에서 참여한 23명의 작가들이 지난 6월24일부터 사흘간 하회마을과 안동지역 1차 답사를 통해 얻은 감동을 형상화한 작품 50여점을 내놓고 작품 설명과 함께 평가를 듣는 시간. 이날 오후 영주 부석사에서 2차 답사를 가진 작가들의 얼굴에 얼핏 긴장감이 감돈다.
전시회 주최측인 안동하회탈박물관 김동표관장과 지례예술촌 김원길촌장, 하회별신굿 탈놀이 인간문화재 이상호씨도 관람객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회탈과 엉겅퀴를 소재로 가방 아트상품을 만들어 봤습니다. 또 전시기간 중 관람객들이 탁본을 떠갈 수 있도록 안동을 소재로 한 목판도 만들었구요"
참여작가 중 리더격인 김상구씨가 세심하게 준비한 가방, 포장지, 부채 등 아트상품과 작품들을 내놓자 좌중에선 박수가 터져나온다. 도장을 새기듯 나무 위에 하회마을의 모습을 정교하게 파낸 이경희씨의 작품도 환호를 받기는 마찬가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방문으로 유명해진 봉정사 풍경을 묘사한 김종억씨의 작품이 나오자 "건물 한 동이 빠진 것 아니냐"는 농담섞인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탁본의 맛과 목판의 멋을 결합시킨 서원시리즈를 홍선웅씨가 내놓자 "좋다"라는 경탄과 함께 "글씨를 어떻게 팠느냐, 어떤 나무를 썼느냐, 먹에 음기를 불어넣기 위해 천궁을 섞는다는데 사실이냐" 등 작품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몸에 먹물 묻힌 걸레를 두르고 춤을 춰 작품을 제작한 강동석씨나 양반문화를 지탱하기 위해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여성들을 위해 '종가를 지키는 허리굽은 종부를 위한 노래'를 제작한 신현경씨는 작품 설명이 더 큰 흥미를 끈 경우.
김태수대표는 "작품 중간평가회는 그룹전의 성격을 통일시킬 뿐 아니라 작가들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행사지만,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좀체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날 평가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날카롭게 진행되는 작품 설명과 질문, 평가는 임하댐이 굽어보이는 지례마을의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열기를 더해갔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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