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인간생활의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이다. 아무도 집 없이는 살 수 없고 특히 도시생활은 대부분 집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가 만든 환경에서 우리가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집을 짓고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집을 짓고 가꾸는데 연관돼 있다. 그래서, 우리 누구나가 다 건축문화인이 되어야만 좋은 환경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축문화인이 되는 길은 우선 좋은 집을 짓는데서 부터 시작한다. 양적인 건축에서 질적인 건축으로 전환이 필요한 때다. 흔히 좋은 집을 '쓸모 있고, 아름답고, 튼튼한 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살기 좋은 집을 짓는다고 눈 앞의 용도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생활 양식의 변화에 따른 구조나 용도변경 및 증축 등이 가능한 융통성있는 집을 지어야 한다. 또한 15년이면 거의 수명이 다하고 점점 첨단화되어 가는 각종 설비 배관용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놓아야 수리, 점검 및 증설이 편리하다.
이웃과도 담을 쌓지 말고 옥외나 옥상에 휴게공간 설치 등 더불어 사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집의 기준도 건물 자체의 외형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실내환경도 중요하고 주변환경과의 조화나 이웃을 배려한 설계로 정성을 담아 시공 하여야 할 것이다.
튼튼한 집은 좋은 집이 아니라도 반드시 갖추어야할 조건이다. 삼풍백화점에서 보았듯이 부실건축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다. 설계시 지반이나 수압·지진 등 각종 하중을 충분히 파악함은 물론 장래의 증축이나 구조변경까지 고려해서 성실하게 시공하여야 한다.
결국 건축 당사자인 건축주와 설계자 및 시공자가 건축문화의식을 가지고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자금을 제공하는 건축주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현명한 건축주는 경제적인 문제만 생각하지 말고 이웃이나 이용자를 먼저 생각하며, 긴 안목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충분한 시간과 적당한 가격으로 유능한 설계자와 성실한 시공자를 선정할 줄 알아야 한다.
건축은 백년대계이므로 빨리빨리 문화는 금물이다.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00년이 걸려도 절반 밖에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설계비나 공사비 문제도 원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실건축의 주원인이 된다. 경쟁이 심한 탓에 최저 낙찰가 제도는 없애야 하고, 개인공사의 경우 최고 금액도 모자랄 지경이다. 특히, 설계는 원가가 일정하지 않아 가격경쟁은 위험하고 작품경쟁이 타당하다고 본다. 설계자나 시공자도 일을 맡았으면 수지계산 따지지 말고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건축문화인이라 할 수 있다.
준공 후에도 건물소유자는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지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증축이나 구조 변경시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하며, 크랙이나 누수 등이 있을 시는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좋은 집을 유지하려면 건물 소유자나 이용자 모두 아끼고 보존할 줄 알아야 한다.
간판투성이가 되어버린 시가지를 보면 잘 지은 보람이 없어진다. 또 경제논리에 의해 걸핏하면 철거하고 신축을 하면 문화유산으로 남을 집이 도대체 얼마나 있겠는가? 좋은 집은 좀 불편해지더라도 고쳐서 사용하는 지혜를 유럽의 고(古)건축에서 배웠으면 한다.
건축은 사회의 거울이다. 요즘처럼 건축문화가 열악한 환경에서 문화재로 남을만한 새로운 건축물이 탄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백년전 그 어려운 시절에도 공사비에 구애받지 않고 건설하고 보존해온 사찰·왕궁 등 건축문화유산을 보면 정신적 문제가 더 큰 것 같다. 건축 당사자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건축문화인이 되어야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고, 후세에까지 훌륭한 건축문화유산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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