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갈등하는 특수목적고

"2년동안 다니던 학교를 떠나 입시학원으로 옮기면 뒷날 후회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다니다가 서울대에 못 가면 더 큰 후회를 평생 할 것 같았습니다"(대구과학고 중퇴생 김모군) "학교에 남은 학생들은 또 누가 떠날까 하는 마음에 한동안 고통을 받아야 합니다. 특수목적고를 잘못된 교육제도의 사생아 쯤으로 방치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아픔은 결코 치유할 수 없을 겁니다"(대구외국어고 학부모)

특수목적고의 9월과 10월은 고통의 나날이다. 자퇴하는 학생과 이를 고민하는 학생, 지켜봐야 하는 학생들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고통도 학생들에 못지 않다.

내신성적의 불리함 때문에 학생이 자퇴의사를 밝히면 담임에서부터 교장까지 설득에 매달린다. 그러나 원하는 대학에 못 갈 경우 누가 책임지느냐는 학부모의 주장에는 붙잡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대구외국어고 김대일교감은 "자신의 장래를 생각해 그만둔다는데는 막을 일이 없다"며 "어려서부터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수목적고의 중퇴소동은 3학년이 돼야 잠잠해진다. 우수학생들이 모인 만큼 한번 분위기가 잡히면 또다시 흐트러지는 일은 없다. 대구외국어고 1회 졸업생이 될 현재 3학년은 151명. 31명이 떠났던 혼란의 흔적은 없다. 올 입시에서 명문대 진학자가 대거 나올 것이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자신했다. 과학고 3학년들도 학급이 줄어드는 아픔을 이기고 막바지 입시준비에 한창이다. 그들을 떠났던 중퇴생들도 대입 검정고시를 치르고 1년째 입시학원에 다니고 있다. 우수한 중학생을 선발해 공을 들인 영재교육의 마지막 장면이다.

특목고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을 모이게 한 '특수목적'이 대학입시라는 현실 때문에 갈수록 의미를 잃어간다는 사실이다. 교육부가 정작 관심을 갖고 해답을 내놓아야 할 부분도 이 대목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