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데이 포인트-안전감독 곳곳에 구멍

원자력안전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전·현직 연구원들이 원전의 문제점을 잇따라 제기하며 근본적인 개선책을 촉구하고 나서 KINS가 최대 위기를 맞고있다.

KINS는 원자력법 제 111조 제 1항에 근거해 원자력의 생산 및 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임무를 과학기술부로 부터 위탁받은 기관이다.

교육훈련실 책임기술원으로 근무하다 98년 파면조치된 전복현씨는 13일 녹색연합을 통해 공개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의 숨겨진 사고 요인들에 대하여'라는 유인물에서 "KINS의 일부 간부들이 사업자의 주장을 옹호하는 편에 서서 담당 검사자를 압박하고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전과 관련한 규제를 담당하는 이런 기관에서 현장조사 전문가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상급자에 의해 묵살된다면 원전안전을 크게 위협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KINS의 규제실상을 전반적으로 점검해보아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씨는 파면되기전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에 울진원전 1, 2호기에 설계도면에 나와있지 않은 용접부위가 있으므로 안전성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보해 뒤늦게 한전과 KINS가 비파괴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KINS의 기계재료실 책임연구원인 김상택씨도 이날 녹색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울진원전 1호기에서 발견된 미확인 용접부의 경우 배관설계 잘못으로 작업자들이 '몰래용접'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며 89년 발견된 이후5년간 은폐돼왔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12일 과학기술부 국감현장에서 증언을 통해 처음 공개한 울진 1호기의 용접문제점을 상세히 밝히면서 "발견 당시 울진 1호기의 몰래 용접한 부분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어 한장은 보관하고 나머지 한장은 한전 상부에 보고토록 했으나 한전측은 '이 세상의 원자력발전소에는 그런 일은 없다'며 확대조사를 하지 않아 결국 5년간 덮어졌다"고 말해 KINS와 과기부가 원전규제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최근 국감현장에서 발표된 월성 중수누출에 관한 KINS의 중간조사 결과에서도 한전의 사고은폐를 결정적으로 입증해줄 수 있는 업무일지의 사고누락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전씨와 김씨 두사람의 주장에 대해 김세종 KINS원장은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의 상당 부분은 추정이다"면서 "필요한 부분은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김원장은 "취임전인 89년 당시의 상황은 모르겠으나 지금은 연구원들의 전문적 견해가 묵살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전의 사고·고장이 잇따르자 원전규제제도를 대대적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원자력기술진흥'과 '안전감독'의 권한을 모두 과기부가 갖고 있는 것은 모순이므로 원자력안전규제업무를 독립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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