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보훈병원 앞의 셋방에서 혼자 사는 교웅이(대구 보건학교 5.뇌성마비), 늦도록 일하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상인복지관에서 밤10시까지 야간보호서비스를 받는 미정이(대구 월곡초교 1), 어머니가 정신지체 3종 장애인인 은미(대구 월곡초교 3년)가 상인동에 사는 다른 결식아동 20여명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오는 날이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고 어머니마저 가출해버렸는데도 명랑함을 잃지않는 교웅이가 천연덕스레 고기를 먹어도, 제앞에다 구운 갈비살을 잔뜩 끌어다놓고 누구볼새라 동생 입에 넣어주는 결식 자매를 보아도 ㅇ숯불가든(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직원들은 이제 울지 않는다.
그대신 매주 화·수요일이면 이곳 직원들은 이 식당에서 '가장 소중한 손님'들을 맞기 위해 정성스레 마음을 가다듬고, 그들을 위해 안방을 비워둔다. 아무리 손님이 몰려와서 자리를 달래도 이 원칙은 변함이 없다.
"선생님, 고기 더 주세요" "여기두요" "밥은 안 먹을래요. 사이다 더 주세요"
철없는 꼬마 손님들이 마구 불러대도, 며칠 굶었는지 나홀로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계속 고기를 달래도 직원들은 언제나 미소띤 얼굴로 "녜-"하는 대답과 함께 갈비살을 배달한다. 과외의 일이라 몸은 고단해도 이들이 왔다가면 오히려 일하는 보람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저도 애 키우고 어른을 모시는 입장이어서 처음에는 그사람들을 보고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어떤 주부 동료는 안타까워서 돌아가는 애들 손에 과자랑 학용품을 들려서 보내기도 하구요"
직원 신정자(43)씨는 "자주 보이던 나홀로 할머니나 장애인이 보이지 않으면 어디 아픈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해 이미 이들이 물질(갈비살)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을 나누고 있음을 느끼게한다.
이곳의 초대손님은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사무국장 박상호신부) 소속 상인.학산.본동·서구종합사회복지관 등 4곳의 복지관과 인근 송현동사무소에서 모셔오는 150여명의 가난한 이웃들.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선택한 나눔의 길을 오래도록 실천하며 살겁니다"
여러번 실패끝에 사업에 성공한 이 식당 이정환대표는 "흐르지 않고 고이는 것은 사해(死海)처럼 썩고 말지 않느냐"며 힘닿는대로 열심히 나눔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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