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0년. 호미곶(虎尾串). 이곳에서 새 천년을 가르며 떠오르는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지구 역사 45억만년 언제는 해가 뜨지 않은 날이 있었으랴만 유별 2000년 1월 1일 뜨는 해를 두고 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새로운 천년을 맞는 분기점으로 인간이 갖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이 지구촌 곳곳에서 새 천년맞이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차원의 행사를 계획하며 경북도에서만도 공식적으로 22건의 각종 행사와 5건의 사업 등을 벌이는데 이곳 호미곶에서의 해맞이 행사가 그중 으뜸이다.
잔뜩 웅크린 채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그 호랑이 꼬리 영일만(迎日灣)의 호미곶. 호미곶은 영일만을 감싸며 호랑이 꼬리처럼 바다쪽으로 뻗어 나온 포항시 남구 대보면 일대 해안가다. 대보등대와 등대박물관으로 이미 소문나 있고, 근래 들면서는 새해 해맞이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동해에 떠오르는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한다는 뜻의 영일이라는 이름은 신라때부터 1995년 영일군과 포항시가 통합되기 전까지 이어져 왔다.
이같이 해맞이 고장의 영일과 호랑이 꼬리(虎尾)는 그 역사성에서 깊은 관련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새천년준비위원회(위원장 이어령)는 지난 6월15일 호미곶을 '새천년 첫 햇볕 채화 장소'로 정했다. 채화된 불씨는 '2002년 월드컵 축구 대회', 2002년 설치될 '평화의 기상대'에 설치될 '평화의 횃불'등 앞으로 천년동안 각종 국가행사때 성화 채화의 씨불로 사용된다. 또 천년동안 꺼지지 않고 호미곶을 밝힌다.
향토사학자 배용일(포항1대학)교수는 "호랑이의 건강상태는 꼬리를 보면 알 수 있다. 호랑이가 꼬리를 들면 건강하고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호미곶에서 새천년 해맞이 행사를 갖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호미곶 일출 행사가 2000년 우리 국운을 훤히 열어가기 위한 염원을 담았다는 얘기다.
호미곶은 수난의 역사도 갖고 있다. 일제는 우리의 민족정기를 끊기위해 '호미곶'을 '토끼꼬리'로 왜곡했고, 해방된 지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그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토끼꼬리'로 잘못 알고 있는 국민이 적지않다.
지금 포항시는 오는 12월31일에서 2000년 1월1일 이틀간 호미곶에서 '새 천년의 꿈'(부제:해원. 상생)이란 주제로 펼쳐질 '한민족 해맞이 축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정부 역시 호미곶 해맞이 행사에 다른 4곳보다 더많은 예산 지원과 함께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포항시는 국·도비를 포함해 모두 77억원을 들여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본 행사가 치러질 해맞이 광장(9천100여평)에는 대형 성화조형물을 세우는 한편 여객선 부두와 주차장도 확충한다.
'두손의 시대'란 주제로 청동 및 화강암을 사용한 대형 조형물은 광장 맞은편 바다속에 오른손이, 광장 중앙에 왼손이 세워진다. 이 양손은 상생(相生)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지난 세기가 전쟁, 인간성 상실등으로 대변되는 '한손의 시대' 였다면, 새 천년은 자유와 평등, 문명과 자연의 화해를 뜻하는 '두손의 시대'를 뜻한다.
포항시는 해맞이 축전을 계기로 '호미곶'을 한국의 '나폴리'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포항시 '해맞이 축전' 추진팀의 실무담당자 편장섭(37)씨는 "해맞이 축전 생중계를 위해 중앙방송사나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호미곶을 사전 답사 하고는 하나같이 빼어난 경관에 입을 다물지 못하더라"고 했다.
포항시는 2000년 해맞이 축전을 마친 후 호미곶 일대를 '새천년 기념공원'으로 조성, 동해안 최대의 관광명소로 개발한다는 것. 즉 오는 2010년까지 5천억원을 투입, 93만평에 해맞이 타워, 해양수족관, 각종 전시관(통일관, 동서화합관, 과거·현재·미래관), 보리밭 및 유채꽃 단지, 숙박시설 및 놀이동산등을 조성하고 2차선인 해안도로도 확충한다는 것.
이같은 마스터플랜은 시가 올해초 영남대에 용역 의뢰해 벌써 나와 있다.
이와함께 국내 최고, 최대의 대보등대는 물론 지난해부터 보수에 들어간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도 새천년 1월1일 해맞이 축제에 맞춰 다시 개관식을 갖는다. 또 2006년까지 국내 유일의 '풍력발전소'가 호미곶에 세워져 또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같은 호미곶 장기개발도 내년 1월1일에 치러지는 '한민족 해맞이 축전'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호미수회 서상은(68·전영일군수)회장은 "호미곶 개발은 종합적인 계획하에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며 "자칫 졸속으로 사업을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포항시가 호미곶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
현재 호미곶 관광 개발에 대한 주민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이곳에서 축양장을 하고 있는 최장(59)씨는 "지금도 연간 4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데 개발되면 100만명은 넘어 설 것"이라며 "인구 4천명의 오지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개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발에 따른 걸림돌도 적지않은 게 현실. 인근에 들어서려는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그중 하나. 포항시의회 이명덕(대보면)의원은 "매립장 인근에 식수원이 있을뿐 아니라 비가 올 경우 침출수가 청정해역으로 흘러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폐기물 매립장은 주민 생존권 문제이자 호미곶 개발의 걸림돌인 만큼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지침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만택(67·전 시의원)씨는 "해방직후 대보면은 논이 없어 포항에서 가장 못사는 마을중 하나였다"며 "저수지를 만들고 밭을 논으로 바꿔 이제 어느정도 살게 되었는데, 관광수입도 좋지만 옥토가 없어지는 것도 큰 일"이라며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 영일만 호미곶은 이제 새천년을 맞아 새로운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동해 일출, 영일만 낙조, 망망대해, 해송과 유채꽃, 빼어난 해안선, 갯바위…. '천혜의 해안 경관과 새천년 기념공원이 한데 어우러진 세계적인 관광명소'. 21세기 호미곶의 미래이다. 또 호미곶의 행사는 새로 열릴 200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글·사진:포항·林省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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