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라운드 협상과 한국농업의 현주소

축산물의 수입 개방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한우.

돼지, 닭의 경우 그런대로 가격 경쟁력이 있어 지난 97년 7월 수입이 완전 개방된 이후에도 농가들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지만 한우는 입장이 다르다.

미국 소의 경우 현지 가격이 500kg 마리당 30만원 정도에 불과해 통관 비용을 합치더라도 마리당 80만원 정도면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

수입 쇠고기가 한우보다 3배 정도나 싼 상황에서 가격 경쟁은 생각조차 하기 힘든것.

이때문에 상당수의 한우 사육농가들은 오는 2001년 쇠고기 수입의 완전 개방을 앞두고 정부의 획기적인 대안이 없는 한 국내 한우 사육 기반 자체가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IMF이후 쇠고기 소비량 감소에 따른 소값 하락 등으로 지난 97년부터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급증해 한우사육농가 및 사육두수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이어서 수입 완전 개방은 한우 사육의 감소 현상을 가속화시켜 머지 않은 시기에 한우가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한우 사육은 지난 98년 9월 44만9천600여호, 263만여마리이던 것이 98년말에는 42만7천호. 238만마리로, 99년 6월에는 39만8천호. 216만마리, 지난달엔 37만2천호. 209만여마리로 1년만에 사육농가는 17.2%, 사육두수는 20.5%가 각각 감소했다.

최근엔 암소 도축이 급증하고 송아지 값 인상으로 대부분 농가들이 입식을 자제해 수입 완전 개방을 앞두고 이미 사육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

UR 협상이후 수입된 쇠고기의 물량은 95년 14만8천여t, 97년 16만8천여t, 지난해 7만7천여t으로 한우 공급량의 40~50% 수준이었지만 2001년 수입이 완전 개방되면 쇠고기 공급량의 70% 이상을 잠식할 것이라는 게 축산 관계자들의 관측이어서 한우의 전망은 극히 어둡다.

축산 전문가와 농민들은 수입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은 한우 고급육 생산이라는데 대해선 이견이 없다.

91년 쇠고기 수입이 완전 개방된 일본의 경우 고급육 생산을 위해 거세 비육식으로 전환하는 등 개방 직전 완벽에 가까운 준비로 큰 파동없이 완전 개방에 대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입 개방을 1년 남짓 앞둔 현재 거세우 생산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없으며 경북도를 비롯, 일부 시.도가 연간 2천마리 정도만 마리당 1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하며 거세를 독려하는게 고작.

농가들도 거세우 생산에 공감은 하면서도 사육시기가 7개월 정도 더 걸려 생산 원가가 많이 드는데다 고급육에 대한 소비자 인식 부족으로 제값 받기가 힘들다며 거세 비육을 거의 않고 있다.

경북 칠곡군 기산면 영리에서 한우 300여마리를 사육하는 장길식(47)씨는 "고급육 생산만이 살길인데 정부가 무방비 상태로 방치해 현재 국내 한우의 거세 비율은 10%선에 불과하며 고급육도 제값을 못 받는 현재의 시장 구조로는 거세하는 농가만 손해"라고 푸념했다.

결국 거세 비육을 고집하던 장씨도 요즘은 거세우를 절반으로 줄이고 말았다.

칠곡군 약목면 일대 한우 사육농가들은 "거세우를 출하하는데 2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 거세 비육을 해도 수입이 완전 개방되는 2001년에는 고급육을 내 놓을 수 없는데 정부는 쇠고기 수입에 따른 대비책은 물론 고급육 생산을 위한 지원 등 차선책도 강구하지 않고 있다"고 농정 부재를 비난했다.

한우는 세계의 수많은 소 종자중 맛이 2번째라는 평가가 있듯이 유전적으로 우세해 잘만 키우면 수입 쇠고기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게 축산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경북 봉화, 칠곡군 등지에서 생산하는 장기 거세 비육을 통한 '브랜드 육' 생산과 인삼줄기.한약재 등을 사료로 먹이는 사육 방식 시도 등은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이길수 있는 선례가 될것이다.

李昌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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