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위천단지 논란 유감

"우리 지역 공청회에 부산 사람들이 왜 옵니까? 이거 일종의 간섭 아닙니까"

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낙동강 물관리종합대책 공청회에 부산 시민단체들이 대거 참석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대구시청 관계자의 신경질 섞인 반응이다.

'상식 이하'의 발언인 것은 틀림없지만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었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27일 부산에서 열린 공청회를 무산시킨 것은 '대화'자체를 거부한다는 느낌과 함께 이같은 사태가 대구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위천국가단지 조성 논란과 관련,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지역 간 대립.갈등 구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1일 환경부가 낙동강 물관리대책 시안을 처음 발표했을 때 대구시는 위천국가단지 지정이 지연될 것을 우려, '수질개선정책과 위천단지 지정 동시 발표'를 요구했다. 반면 부산.경남지역에서는 위천단지 조성을 위한 정부의 음모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같은 시각 차이는 결국 상대 지역의 주장을 완전히 배제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을 몰아가기 위해 지자체와 시민단체, 지역언론의 역량을 모으자는 '지역내 대동단결론'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양 지역이 상대를 배제하고 자기 목소리만 높인다면 '단지조성'이든 '수질개선'이든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고위관리, 여당 지도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차례나 약속해온 위천단지 조기조성이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은 이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부산.경남도 대구시가 지난 수년 동안 이 지역과 정부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수천억원을 투입, 환경기초시설을 마련해온 성의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만약 정부가 부산.경남지역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대구.경북지역의 자발적인 노력이 없다면 낙동강 수질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때 유행했던 '게임이론'에서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개별 주체들의 '합리적'인 노력이 전체적인 차원에서는 '불합리성'으로 나타나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되는 모델이 종종 제시된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지역도 중앙정부 및 상대방을 겨냥, 지역 내 세력을 결집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대지역을 배제하려는 '합리적' 게임에 몰두하다가는 동일한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종태 사회1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